- 다시, 100일 정진 69일차
<若不如此/약불여차/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不必須守/불필수수/반드시 지켜서는 안 되느니라>
주성치의 홍콩 영화중에 <선리기연>,<월광보합> 이란 영화가 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B급 감성의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 영화의 코메디는 주성치 표라는 독특한 유모 코드로 관객을 웃긴다.
그러나 그 영화는 단순한 코메디 영화가 아니다.
불교에서 다루는 전생과 업보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과 깨달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제천대성 손오공이 되기 전 지존보라는 도둑 무리의 우두머리로 전생을 살았다.
지존보는 자신이 손오공임을 알지 못한 채 인연과 업보의 굴레를 헤메게 된다.
이 과정이 코믹하고 유치한 장면들의 연속이지만 맥락은 과거 생과 현재 생 그리고 미래 생으로 이어지는 인연과 업을 표현했다.
손오공의 스승인 삼장 현장도 등장하는데 삼장이 수다쟁이 설정으로 나온다.
손오공은 스승 삼장의 잔소리가 잠 결에 들리는 모기소리처럼 여기며 아주 질색을 하며 귀찮아 한다.
마침내 급기야 삼장은 오공을 위해 그 유명한 프레터스의 ‘Only you’ 노래를 개사곡으로 부른다.

그러나 지존보에서 손오공으로 각성한 후 보여지는 삼장은 전혀 달랐다.
본래 삼장은 말이 별로 없다.
단지 깨닫지 못한 입장에서 삼장의 모든 말들이 잔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우리는 늘 현실 속의 소란함에 불만을 토로한다.
사실 소란스러운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 내면이 아니였을까.
유즉시무(有即是無) 있음이 곧 없음이요,
무즉시유(無即是有) 없음이 곧 있음이니
약불여차(若不如此) 만약 이와 같지 않다면
불필수수(不必須守) 반드시 지켜서는 안되느니라
영화의 백미는 지존보에서 손오공으로 각성하며 손오공의 상징인 머리 띠, 즉 금고아를 쓰는 장면이다.

“하늘이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난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해 주겠소.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하겠소”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후회의 감정을 표현하며, 인연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손오공은 자신의 인연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또한 받아 들이지도 않았다.
석양이 지는 사막의 도시를 떠나는 삼장 법사일행, 그 뒤를 쫓아 여의봉을 어깨에 걸치고 돌아서는 손오공의 뒷 모습은 많은 여운을 준다.

오늘도 우리 안의 삼장은 우리안의 손오공에게 간절히 노래를 한다.
Only you, 너만이 나와 함께 서역에 불경을 구하러 갈 수 있어.
Only you, 너만이 수 많은 요괴를 무찌를 수 있어.
Only you, 너만이 나를 슬프지 않게 할 수 있다.
오늘도 내 안의 서유기는 이렇게 써지고 있는 중이다.
주: 若不: 만약 약, 아닐 불 : 만약에 ~가 아니라면
如此: 같을 여, 이를 차: 이와 같다.
不必: 아닐 불, 반드시 필: 받드시 ~ 가 아니다.
須守: 모름지기 수, 지킬 수: 지켜야 할
By Dharma & Mah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