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주일본 오사카 총영사 '설검(薛剑: 쉬에지엔)' 은 개인의 SNS를 통해 일본의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를 향해 “그 더러운 목을 베어 버리겠다.” 는 과격한 발언을 남겼다.
그가 이런 발언을 한 배경에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대만을 둘러싼 해양 진출에 따른 안보 위험을 느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때문이었다.
다카이치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일본도 생존 위기로 본다” 고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본의 표명에 대한 중국 입장은 ‘대만은 중국 영토이며 일본이 거기에 개입 하는것은 내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 SNS 상이라고 할 지라도 일국의 총리의 목을 참수하겠다는 발언은 국가 외교관 신분으로서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설검은 이러한 발언 전에도 2024년 11월, 일본의 좌파 정당인 ‘れいわ新選組(Reiwa Shinsengumi)’ 레이와 신센구미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가 있다.
자신은 신센구미 정당과 더불어‘우리는 늑대(狼·LANG)’ 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총영사의 이 발언을 통해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바로 그의 무의식에 잠재 된 일본 역사의 패턴이다.
역사적으로 신센구미는 1868년 메이지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몰락해가는 막부를 지키고자 했던 일본의 마지막 사무라이 집단이다. 신선조의 또 다른 별칭이 ‘미부의 늑대들’ 이다.
중국의 매체와 대중들은 설검의 발언을 지지하며 중국 민족주의 영화에서 착안한 전랑(战狼:늑대전사)외교로 평가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의 늑대는 ‘전랑’ 보다는 ‘미부의 늑대, 신센구미’를 지칭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총영사 설검이 근무하는 오사카는 420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결전을 치뤘던 전장이기도 했다. 모두 2번에 걸친 전투에서 히데요리 측의 사나다 유키무라는 주군을 위해 산화된 사무라이 전설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오사카는 중앙 권력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라는 도시의 무의식이 흐르는 곳으로 상징 되었다.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사쓰마,조슈,도사 지역은 모두 중앙정부에서 소외된 변방의 번이었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을 편승하여 막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변방의 봉기라는 점에서 오사카가 품었던 저항의 무의식과 구조가 닮았다.
중앙 권력을 향한 전국시대 오사카의 반항 정신과 근대 메이지 유신의 반항 정신 그리고 막부를 지키고자 신센구미의 저항이 모두 잘 짜여진 직물의 패턴과도 같아 보인다.
전생의 인과라 할 정도로 역사의 패턴이 하나로 이어짐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독일과 일본의 2차대전 광기도 이런 패턴의 연장이다.
피해 의식과 자부심이 한데 뒤섞일 때, 국가는 논리가 아닌 광적인 신앙을 따라간다.
이 당시 독일과 일본은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를 몰아 놓은 국가라는 면에서 그들의 광기는 놀라울 정도로 서로 닮아 있다.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이러한 전쟁의 광기를 세 명의 ‘아돌프 ’라는 개인의 비극으로 풀어냈다.
오사무는 이 작품을 통해 히틀러의 정체성에 관한 비밀 문서를 둘러싼 세 명의 아돌프의 엇 갈리는 운명을 전했다.
그가 전하고자 한 메세지는 사실 전쟁의 광기를 두고 ‘과거의 그림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름만 바꿔 다시 살아난다’ 고 밝히고자 했다.
오사카 출신인 오사무는 오사카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라는 직업 대신 만화가가 되어 반전주의 사상을 자신의 모든 작품에 투영시켰다.
2차대전을 경험한 전쟁 세대인 오사무가 반항과 상처 투성이인 도시 오사카에서 자란 것은 우연이었을까?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이 작품은 83년에 연재 되어 이미 40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오늘날 까지 시사하는 바는 유효하다. 현재 세계는 국가간의 정체성과 민족, 국가주의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주의, 중국의 민족주의, 러시아의 제국의 부활, 유럽의 극우 정당 확산과 일본의 국가주의 역사 수정까지 다시금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외교의 균열은 현재에 이르러서야 드러나는 것 같지만, 그 뿌리는 과거의 역사와 무의식으로부터 솟아 오른 것이다.
지금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는 과거의 무의식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역사의 긴장은 역사의 그림자를 통해 이해하는 시선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현재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비교적 선명하게 예측하며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이다.
우리가 그 무의식의 흐름을 읽어 낼 수 있을 때 역사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을까?

By Dharma & Maheal
인간이 정의라는 것의 정체를 고민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을 때, 더 나아가 자신의 무력함을 외면하고 타인의 선동에 열광할 때, 그리하여 끝내는 아이들에게 증오를 가르칠 때, 마침내 괴물은 눈을 뜬다.- P251
영웅을 자처하는 이들이 부르짖은 정의가 사실은 괴물의 갈기를 틀어쥐고 녀석의 이빨을 누군가에게 들이대려는 속셈을 뒤에 감춘 거짓 선동이었음을, 역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P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