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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한잔

관노트: 9월 14일

글 제목:  GPU 적 사고와 공(空) 적 사유

세상은 직렬(直列)에서 병렬(竝列)로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GPU를 세상에 내놓고 보니, 그것은 단순한 기술의 혁신이 아니었다. 기존의CPU는 직렬적 선형이었다. 

안정적이지만 단순했다. 즉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GPU는 코어를 직렬이 아닌 병렬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보다 빠르고 확장성이 넓어졌다. 

즉 새로운 세계를 열어 젖힌 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GPU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수천 개의 연산 코어가 동시에 병렬로 움직이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탐색한다. 

원래 GPU는 게임의 그래픽을 빠르게 그리기 위한 칩 이였지만, 지금은 인공지능과 가상세계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엔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사유(思惟)의 혁명이었다.

이 병렬적 방식은 단순히 컴퓨터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인류의 학문·스포츠·문화·종교까지 흐름은 GPU적으로 흐르고 있다.

UFC가 종합 격투기로 장르를 융합하고, 현대 축구가 공격과 수비의 경계를 허무는 멀티 전술로 나아가듯, 학문도 철학과 과학, 종교도 명상과 기도를 서로 차용하며 융합의 길을 걷고 있다.

인류는 이미 병렬적 사고를 통해,새로운 진화의 길을 밟고 있다.


사실 병렬적 사유는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과 수학, 자연학을 한데 묶어 탐구했을 때, 이미 그들은 GPU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르네상스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회화와 해부학, 공학을 동시에 넘나들며 병렬적 사유의 거인이었다.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 중국의 북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영역을 허물고, 동시에 사유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학문은 쪼개지고 전문화되며 CPU적 직렬 사고로 흘렀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창의성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다시 GPU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2500년 전, 붓다는 이미 GPU적 사고를 완성시켰다.

바로 불교의 공(空) 사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이란 본래 자성(自性)이 없다는 뜻이다.

고정된 실체가 없고, 오직 관계와 조건 속에서만 존재한다.

GPU 연산 역시 그렇다. 

GPU적 사고는 한 가지 고정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데이터라는 인연 속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확률적 갱신으로 의미를 만들어 낸다.

독립된 코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연기의 망 속에서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결국 GPU적 사고란 확실성 대신 가능성, 단일 해답 대신 확률적 갱신, 고정된 실체 대신 공적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인공지능이 가르치는 사유 방식이며, 불교가 오래 전부터 일깨워온 깨달음이다.


이것은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AC)를 선택해 현대 문명의 불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디슨의 직류(DC)는 안전했지만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교류는 흔들리고 떨리지만 오히려 멀리까지 빛을 전했다.

병렬적, 진동적, 공(空)적인 방식이 직렬적 확정성을 넘어선 것이다.

경제 또한 병렬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것만으로는 풍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의 화려한 그래프 이면에 가계부채, 관세 협상의 실패,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얽혀 있다. 단선적인 수치만 보면 현실을 오도한다. 병렬적 시야로, 수많은 지표와 연동된 흐름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정치든 경제든 학문이든, CPU적 직렬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GPU적 병렬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이 사유의 전환을 인식하는 자가, 새로운 시대의 다빈치요, 새로운 부처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런 가능성 위에 있다.


공은 허무가 아니다. 가능성의 장이다.

GPU가 보여주듯, 공은 무수한 연산과 길을 품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과연 나는 직렬의 우물 안에 머무를 것인가, 병렬의 바다로 나아갈 것인가?”


🖋 Dharma & Mah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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