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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5년 1월25일

오늘의정진: 我聞恰似飮甘露(아문흡사음감로) 내가 듣기에 마치 감로수를 마시는 것과 같아서

- 100일 정진, 31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서른 번째 구절은 

<從他謗任他非, 把火燒天徒自疲/종타방임타비, 파화소천도자피)

남을 비방에 따르고 남의 비난에 맡겨둬라, 불로 하늘을 태우려 하나 공연히 자신만 피곤하도다> 였다. 

남들이 하는 소리는 그저 남들의 소리일 뿐이다.

남들의 나를 향한 시선과 비난 혹은 관심 조차도 상관하지 말라는 뜻이다.

밖으로 끄달리는 것은 하늘에 불 지르는 것과 같아 그저 피곤함만 더할 뿐이다.

 

오늘은 서른 한 번째 구절

我聞恰似飮甘露 (나 아, 들을 문, 마치 흡, 같을 사, 마실 음, 달 감, 이슬 로 )

아문흡사음감로 /내가 듣기에 마치 감로수를 마시는 것과 같아서

銷融頓入不思義 (녹일 소, 화할 융, 조아릴 돈, 들어갈 입, 아닐 불, 생각 사, 뜻 의  )

소융돈입불사의 /녹여서 단박에 부사의의 경지에 들어 가리다.

 

나는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실  나의 내면에 무슨 또 다른 목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는 수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머리 속에 한가지 생각만 하질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잠시 딴 생각에 빠질 수도 있고, 또 그 생각에서 얼른 빠져 나왔어도 또 다른 생각이 다시 비집고 들어 온다. 

그러한 나의 모든 흩어진 생각의 상념들을 고요히 내려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올라오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차분히 가라 앉아야 한다.

그렇다면 올라오는 생각들이 잡생각이라고 해서 억지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해도 생각이 안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각각이 아니고 내 마음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예전 당나라때  무착문희((無着文喜820~900) 스님이 계셨다고 한다.

문수보살을 직접 친견했다고 알려진 스님인데 무착스님이 공양간에서 팥죽을 끓이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팥죽을 끓이는 솥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나오며 문수보살(文殊菩薩) 이 나타났다. 

주위에 스님들은 모두 경탄을 하며 팥죽 속에서 튀어나온 문수보살을 보고 참배하고 솥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착스님은 팥죽을 휘젖고 있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문수는 네 문수요, 무착은 내 무착이다.” 

무착스님에게 맞은 문수보살은 전부 팥죽 방울로 흩어져 버렸다. 

그러자 팥죽 솥의 팥죽 방울방울마다 전부 문수보살로 화(化)해서 계속 튀어 오르는 것이었다.

무착스님은 다시 주걱을 들고 우리가 오락실의 두더지 게임을 할 때 처럼 망치로 두더지를 잡듯이 사방팔방에서 올라오는 문수보살을 주걱으로 하나하나 내리쳤다.

“요것도 문수, 저것도 문수, 여기도, 저기도”  방울방울 문수보살을 하나하나 주걱으로 내리치는 것이다.


한 팥죽 솥에서 올라오는 방울방울 수 많은 보살들은 사실 나의 내 마음 속의 무수히 많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팥죽 솥의 방울방울이 따로따로 올라 오는 것 같지만 모두 하나의 솥 안에서 올라온다. 

내 마음속의 상념들도 그러하다. 

따로따로 올라오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지만 거기에 홀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무착이 문수를 내리 치듯이 내 올라오는 마음들을 다시 내려 놓는다.

관여하지 말고 지켜보라. 그렇게 놓게 될 때 저절로 쉬어지게 된다.

녹아진다는 것은 들 끓던 마음들이 쉬어지는 것을 뜻한다. 

전부 잠잠하게 쉬어졌다면 이제 팥죽 솥의 팥죽들을 퍼내서 먹고 마실 수 있게 된다.

이제 감로수를 마시고 불사의한 경지로 들어갈 수 있으리. 

 

<일일 소견>

방울방울 올라오는 무수히 많은 내 안의 물거품들

관여하지 말고 그냥 지켜 보는 것, 그것이 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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