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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5년 1월24일

오늘의정진: 從他謗任他非(종타방임타비) 남을 비방에 따르고 남의 비난에 맡겨둬라

- 100일 정진, 30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스물 아홉 번째 구절은 

<但自懷中解垢衣, 誰能向外誇精進/단자회중해구의, 수능향외과정진)

다만 스스로 마음의 때 묻은 옷을 벗을 뿐, 누가 능히 밖을 향해 정진하는 것을 자랑 하는가> 였다. 

수행은 남에게 자랑하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또한 마음공부는 눈으로 책을 보고 이해하는 학문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동안에는 마음의 때는 한시도 쉴틈이 없이 끼게 마련이다. 

내가 이만큼 수행을 잘 했다고 자랑할 것이 없는 것이다.

오직 한걸음 한걸음 나의 길만 걸어갈 뿐이다. 

 

오늘은 서른 번째 구절

從他謗任他非 (쫓을 종, 다를 타, 훼방할 방, 임할 임, 다른 타, 아닐 비  )

종타방임타비 /남을 비방에 따르고 남의 비난에 맡겨둬라

把火燒天徒自疲(잡을 바, 불 화, 태울 소, 하늘 천, 무리 도, 스스로 자, 피곤할 피 )

파화소천도자피 /불로 하늘을 태우려 하나 공연히 자신만 피곤하도다

 

수행자는 남들의 시선과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이 뭐라고 하는게 들리는가?

내 집이 불에 타서 홀라당 다 태워버리게 생겼는데 남의 집 형편을 따질 틈이 없는 것이다.

수행은 철저하게 자신만을 바라봐야 한다.

남들에게 자비를 배풀고 중생을 구제하는 그런 거창한 일들은 내가 깨닫기 전에는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불쏘시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불을 지핀다고 해도 하늘이 태워지는가? 

진정으로 태워야 하는 것은 내 안의 불성이 발현 되도록 내 마음에다 불을 지펴야 한다.


선(禪)의 공안(公案)중에 파자소암(婆子燒庵) 이라고 있다. 

어느 조그만 절, 즉 암자(庵子)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이 계셨다. 

그 암자 아래 집에는 스님이 수행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부처님 모시듯 정성들여 시봉(侍奉)하는 노파와 아름다운 딸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 노파는 자신의 딸을 불러 말했다.

"얘야, 오늘 밤에 네가 스님 암자에 가서 스님을 한번 끌어 안아보거라. 그리고는 스님의 마음 상태가 어떠하신가를 물어 보고 오너라. 스님의 공부가 어느 정도가 됐었는지 한번 알아봐야 겠다."

노파는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한 자신의 딸을 시켜 스님을 시험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밤이 깊어 스님이 암자에 혼자 있을 때 느닷없이 등장한 딸은 스님을 껴안고 노파가 시킨대로 온갖 교태를 부려 시험을 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전한 대로 물어 보았다. 

"스님, 소녀가 스님의 품에 안겼는데 지금 심정이 어떠하세요?" 

그러자 스님은 "고목 나무가 찬 바위에 기대듯 추운 겨울처럼 아무런 온기도 못 느낀다. 

내 마음은 조금도 동요 되지 않는구나. 얘야." 

이에 탄복한 딸은 얼른 암자에서 집으로 내려와 노파에게 스님이 한 말을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노파는 갑자기 화를 내면서 횃불을 들고 암자로 올라갔다.

암자로 올라 온 노파는 가지고 온 횃불로 암자를 태우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여지껏 마귀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나. 당장 썩 나가라. 엉터리 스님아!" 하고 외쳐대면서 스님을 쫓아냈다.

아니 스님은 분명 딸 아이의 몸을 탐하지 않았는데 왜 노파는 화를 내고 암자를 태워 버렸을까? 

이게 바로 <파자소암> 의 공안이다.

스님은 분명히 색(色)에 집착하지 않았는데 노파는 분노했다.

도대체 스님이 무얼 잘못한 것 일까? 왜 노파는 암자를 태워버렸을까? 


從他謗任他非 (종타방임타비) /남들의 비방과 훼방에 신경쓰지 마라.

把火燒天徒自疲(파화소천도자피) /불로 하늘을 태우려 하나 공연히 자신만 피곤하도다.


증도가의 이 구절을 음미하면 파자소암의 화두에 대한 실마리가 보인다.

선(禪)은 죽은 언어의 끝을 잡고 화두(話頭)를 드는 것이 아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활구(活句)가 나의 온몸에서 팔딱 거려야 한다. 

어째서 나는 남들의 비방에 신경쓰고, 고목나무 처럼 생기(生氣)가 없어야 하는가?

불타올라야 한다. 하늘을 태우는 헛 수고 하지 말고 내 자신을 태워야 한다.


<일일 소견>

노파가 태운 것은 과연 암자 였을까? 

노파가 태운 것은 암자가 아닌 자신 이였다. 파자소아(婆子燒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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