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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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한잔
  • 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 캐트리오나 실비
  • 12,600원 (10%700)
  • 2024-06-28
  • : 271

책제목:백만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지은이: 캐트리오나 실비 / 공보경 옮김

제  목:  독서는 희망과 믿음을 키우고



 

지난  일년간 나의 독서 생활중에서 소설 읽기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

사실  나는 소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편견은  '소설은 전부 허구다' 라는 선입견 때문이다.(그런데  선입견  때문이라기 보다는 원래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나)

학창시절에서 부터 나는 남여 간의 사랑을 다루는 소설을 제일 싫어 했다.

그래서 인지 알라딘 사이트에서 장바구니에 책을 담을 때 소설  영역은 클릭하지도 않았다. 물론 소설의 종류는 다양하고 남들은 소설속에 사랑이야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겠지만 난 그 재미를  도저히 모르겠다.

그런데  알라딘 이웃 서재님들이 올리는 여러 분야의 소설 리뷰들을 보면서 점차 나도 일부 소설은 읽어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접한 ‘안톤 체호프’ 의 단편 소설 이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고전 소설들을 통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즉 그동안  단순히 허구라고 생각 했던 소설은 사실 작가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독자와 소통을 하고자 하는 방식이란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름 고심 끝에 선택해서 읽게 된 것이  <백만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이다.

이 책은  나의 본격적인 소설 읽기의 도화선이 되리라 믿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도화선은 불발이 되었다.

불이 붙다가 중간에 꺼져 버렸다.  왜? 도대체 왜 불발이 되어 버렸을까?

아, 이건 나의 안목을 탓 할 수밖에 없겠다.


이 책< 백만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산티아고 로페즈 로메로(산티)' 와 여자 주인공 '소라 리슈코바(소라)'는 독일의  퀼린에서 만난다.

이들은  몇 번의 죽음과 다시 환생을 거쳐 각기 다양한 상황속의  만남을 이어간다.

여기 까지 보면 처음엔 백만번이나 윤회를 하며 만나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다.

또 소설 제목과 표지 그림이 의미 하는 것이  환생을 거듭하여  완성시키는 우주적 차원의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보는 소설 초반은 나쁘지 않았다.

반복되는  환생과 만남, 그리고 주인공들과  주변 인물 관계들 간의 관계 설정 등, 나름 흥미를 끌었다.  

만약 내가 사는 현실이 진짜가 아니고 설정된 무대 세트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내가 겪는 모든 상황이 다 가짜였다면?

이러한  설정은 영화 트루먼 쇼를 본 사람들이라면 대체로 익숙 한 설정이다.

게다가  동일한 지역 한정으로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며, 또 시간은 항상 동일한 시간대만 흐르게 된다면?  이 부분은 타임루프(Time Loop) 에 해당하는 설정이다.

타임루프란  특정한 시간대가 동일하게 반복 되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는 주인공들이 타임루프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해서  노력하는데 그걸 지켜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타임루프 설정에다가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환생까지 추가가 된다면?

이 소설에서는  이 모든 설정들이 전부 하나로 믹스가 되어 있어 초반에 읽을 때는 어쩌면 대작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소설의 구성은 모두 3부로 되어 있는데 초반 1부와 2부는 앞의 설정 대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3부 에서는 앞의 믹스 된 설정들 사이에서 여러가지 오류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  오류는 첫째, 타임루프 라면  어떤 생을 살아도 주인공의 나이는 고정 되어야 한다. 누군가  먼저 죽고 나중에  죽더라도 환생하면 다시 같은 시간대로 리셋이 될 것이다. 그런데 환생이란 설정이 가해지면서  앞서 죽었던 이가 먼저 태어나고 뒤에 죽은이가 나중에 태어면서 사람들의 나이가 변해 버린다. 배경이 되는 공간과 시간은 고정이 되어 있는데 사람들의 나이는  고정 되어 있지 않았다. 뭔가 모순 처럼 보였다.

두번째는  전통적인 윤회관에서 환생을 하면 태어날 때 남여의 성별이 바뀌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계속 고정된 성별로만 태어난다.즉 시간과 공간, 등장 인물의 성별은 고정 되어 있지만 나이는 변한다. 그리고 남여 주인공외에  주변인물들은 병풍 역할만 한다. (소라의 연인이 성소수자라는 설정 밖에 기억이 안난다. 무대가 되는 쾰린이 성소수자 천국이라 그런 설정 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니체의 영원회귀론도 아니고, 타임루프 설정도 안 맞고, 윤회 환생의 믹스가 전혀 따로 논다. 이게  작가의 설정 오류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소설 속의 두 주인공도 이러한 오류를 미스터리 같은 상황이라 여기고 이 반복되는 환생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둘이 함께 머리를 싸맨다.  읽는 독자도 이정도 쯤이야 나처럼 따지지만 않는다면 그냥 봐 줄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오류는 두 주인공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학습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간과 시간에 갇혀 있는 자신들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둘이 합심하여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만날 때 마다 그냥 싸운다.  이게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거다. 더구나 급기야는 서로가 서로를 살해하는 상황까지 가고야 만다. 루프를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라나? 그러면서도  또  환생해서 만나면 서로 또  다투고 언쟁을 벌인다.  아. 이건 정말....대체 얘네가 왜 주인공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이때쯤 이면 열 받아서 책을 던지고 싶어 지는 충동을 느끼게 되리라)  나중엔 읽다가 오기가 나더라. 

도대체 작가는 어떻게 결말을 낼건지...두고보자하는 심정.  진짜  작가의 의도적 설정인지, 내가 이해를 못해서 혼자 발악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 책 읽기가 싫어 지는 것도 또 하나의 체험이 되었다)  

결국 그들의 최종 미스터리 관계가 풀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원래 연인도 아니 였으며 같은 우주 탐사선을 탄 동료 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같이 탑승했던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 중 고장이 나고 주인공들은 가사 상태에 빠지면서 그들의 무의식  상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들은 생생한 실제라고  여겼다.

다시 말해서 남여 주인공이 코마 상태의 뇌 속에서 꾸는 꿈이었던 것이다.

가사 상태에 빠진 그들은 우주선에서 죽어가는 실제 상황에서 그들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환생과 타임루프를  벗어나고자 하는 환영에 불과 했다. 작가는 요즘 유행하는 타임루프, 환생, 메타버스 같은 설정을  비빕밥 처럼 버무렸는데 오히려 각각의 제 맛을 살리지 못한 그냥 잡탕이 되어 버렸다. 결국 코마상태에 빠진 꿈 이었다니... 허탈했다.

그런데 이걸 영화화 한다고?  그것도 원더우먼의 갤 가돗을 주연으로 한다고?

아, 이거 참, 말리고 싶다. 스코트랜드 출신의 저자 '캐드리오나 실비'  한테는 미안하지만....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의도는 어떠한 선택이든 잘못된 선택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게 된 나도 잘못된 선택은 아니였다고 믿자. 그렇게 믿자구!

아니. 내가 이래서 소설은 안 읽고 싶었다구.


소설가는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들의 소통은 일방적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에 현실의 독자를 초대하는 게 그들 만의 소통의 방식이다.

독자는 작품을 감상해야지만 작가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 할 수있다.

독자가 작가의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는 순간, 독자는 희망이 보일 수도,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독자는 작가의 세계를 이해 하게 되거나 아니면 못 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내게 문학은 어렵다. 아직은 작가의 정신을 이해하기에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음... 뭐, 괜찮다. 천천히 하자구)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이제 문학도 드디어 K 문학의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이 분 소설이 참 어렵다는데.... 내가 읽고 제대로 이해 하게 될 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읽다 보면 언젠가는 이해 할 날이 오게 됨 을 믿고...일단 읽자.

어쩌면 독서의 목적이 자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키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티는 방향을 바꿀 새도 없이 벽에 부딪힌다. 아니 벽을 통과해 버린다. 존재에서 무 존재로 바뀌어 벽을 통과하고 다시 존재하는 상태가 된다.- P246
어머니에게 나는 단순한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무한의 시간을 사는 불멸의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P269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면, 그 중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뻗어나 갈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 할 텐데 그 중에 하나만 옳은 길 일리 없어.- P285
산티는 늘 해온 대로 세상에서 의미를 읽어내려 하고 소라는 안에서 부터 세상을 부수려 한다.- P332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거야, 그래야 어디로 갈지도 알게 돼.- P343
잘못 된 선택이라는 건 없어. 그냥 그렇게 될 뿐이야-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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