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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
- 황두영
- 16,200원 (10%↓
900) - 2023-10-11
: 268
1.
<성공한 민주화, 실패한 민주주의>는 현재 민주당 주류 정치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이 책은 86정치를 포퓰리즘의 한 양태로 이해하고, 그 현실역사적 맥락을 친절히 소개하고 해부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책을 관통하며 느껴지는 작가의 86정치를 향한 찐사랑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분석이라기보다 사랑의 매에 가깝다.
2.
내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86정치는 민주 vs. 반민주 구도일 때 가장 빛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시대가 변해서 점점 민주 vs. 반민주 구도가 흐릿해지면서, 혹은 그 전선이 덜 중요해지면서 86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세계관이 낡아간다. 시대가 필요로하는 민주주의와 불화한다.
민주를 부르짖으면서 차별금지법이나 이미 십수년도 더 전에 나온 노랑봉투법, 언론개혁 하겠다면서 방송법을 문 정부 때 처리 하지 않은 기이함 모두 이해가 된다.
3.
동시에 왜 그럼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처럼 보이는 민주당 주류가 아직 살아있을까도 고민해봤다. 기가 차게도, 여전히 민주 vs. 반민주 전선이 대한민국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랬다.
특정인에 대해 인간 사냥을 하는, 최소한의 절제와 균형감각도 잃어버린 자의적인 수사권의 행사가 그렇다. 비록 관련자들이 자기 방어 하에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여 진척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국회의원의 고발을 사주하여, 대의 민주주의의 요체인 국회의원을 사법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가 그렇다. 멀쩡히 임기 남은 자당 당대표를, 확실하지 않은 혐의를 뒤집어 씌워 내쫓는 당내 민주주의 말살이 그렇다.
아무리 민주주의를 관대하게 해석하더라도, 반민주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행태를 대한민국의 국회의 나머지 절반을 담당하는 정당에서 계속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86의 낡은 전선 민주 vs. 반민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4.
나는 90년대 중반 생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정치는 탄핵에서 시작한다. 실망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한, 수준 이하의 박근혜 정부를 지나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정부 기간 내내 문재인이라는 개인의 헌신에는 존중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보면 울화가 치밀었고, 문재인이라는 개인의 개인기에 업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이 혐오스러웠다. 홍준표를 찍을 생각이었는데, 고발사주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라는, 아무리 봐도 민주사회에 맞지 않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 그러다가 이재명이라는, 민주당스럽지 않은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가 박지현을 영입하며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을 보고, 속는척 하면서 딱 한번만 더 민주당 찍어보자는 생각에 민주당을 찍었다.
그리고는 쭉 실망의 시간이었다.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더러운 안티페미 정치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불꽃의 박지현이,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0점에 가까운 것을 보고 실망했다. 이리됐건 저리됐건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었고 인간 사냥을 당하고 있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기 당의 당대표를 팔아먹는 이들을 보면서 민주당에 실망했다. 언론은 나 같은 사람은 개딸, 강성지지층이라면서 비하했다. 그나마 그건 괜찮았다. 대한민국 주류 언론이 민주당에 관련된 이슈를 좋게 쓸 때는 단 두 가지 경우, 그 사람이 죽었거나, 아니면 민주당 주류를 배신할 때 뿐인걸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내가 충격받았던 것은, 그나마 당 내에서 맞는 말 한다고 생각했던 조ㅇ천 의원과 같은 사람이 당원들을 1000원 당원이라며 비하할 때 였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혹은 자기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판단을 한다고 당비를 내는 당원들까지 비하하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보면서 절망했다. 차라리 호남만 비하하면서, 최소한 자기한테 표 주는 사람들 비하는 하지 않는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낫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작가의 글 보면서 그래도 민주당에 걸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의 미래는 모르지만 이런 사람이 민주당 내에 있으면, 민주당을 충분히 고쳐쓸 수 있지 않을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있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5.
민주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민주당의 다음 세대를 엿보고 싶다면 강하게 추천한다. 작가의 글재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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