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일독. 아름다운 표지, 작고 가벼운 변형판형, 큰 폰트, 군살 없이 바로 시작하는
이야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최근 책 유행이 이렇게 되어있구나,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고 한 장을 넘기면 곧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날 실수로 해버린 서점 입찰이 성공하면서 하르틀리프 가족은 정신없고
번잡한 자영업자가 되어 바쁘게 뛰어다닌다. 낭만적인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땀내와 고뇌가 묻어난다.
다만 이것이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대답은 NO. 작중에서 묘사되는 주인공의 사업은 대단히 운 좋게 흘러간다. 인복은 정말인지 부러울 정도. '도서정가제 찬성' 주장에 근거로 쓸 수 있는 내용인가? 혹은 '동네서점 부흥'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가? 역시 NO. 아마존이라는
거대 서점에 맞서 분투하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유럽과 한국의 출판/동네서점 판은 정말 많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외국에서 쓰여진 따뜻한 동화다. 서점에서 주는 낭만적 이미지, 현실의 고됨을 유쾌한 문장으로 잘 버무려낸 하나의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출판사업과 사라져가는 책의 낭만을 '모든 고난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책의 멸망을 이야기하고, 다른이는 책의 존속을 이야기한다. 그 말도 맞고, 이 말도 맞다. 진리는 어느 쪽도 '부흥'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으니까.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비웃음을 사는 시대, 저물어가는 책의 시대에서 "계속 서점을 하겠다"고 말하는 책만큼 대견한 것이 또 있을까.
책을 사랑하지만 현실에 치여 있는 사람들이라면 권할 수 있는 에세이.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서점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책을 사랑하며 아직 낭만을 가지고 있을 누군가에는 정말 괜찮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