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미려한 그림으로 각종 재해 상황에서 보여지는 사회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그려내는 의료 만화이다. 재난의료에 대해 사회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영감을 준다. 다만 초반 사건 전개가 시간 순서로 되어 있지 않거나 앞뒤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음 권이 정발되면서 의문이 풀리긴 했다만 국내 발행 텀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길다.
악조건 속에서도 남다른 결단력과 뛰어난 의술, 인덕으로 인명을 구하는 의사 이야기는 많다. 수많은 의사 이야기 속에서 <Dr.DMAT>의 개성이라면, 심약한 주인공이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그리고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사람들도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것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세자키 병원장이다. 병원장은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재를 훈련시켰고, 그들이 비교적 작은 사고 현장에서 했던 일을 되새겨보며 더 나은 방법은 없었는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인명을 구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PTSD를 보이는 주인공을 사고현장으로 밀어넣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병원장은 현실에서도 보기 드문 "따뜻한 심장과 냉철한 두뇌를 가진 행정가"이다.
재난의료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진 이세자키 병원장은 주인공 팀 외에 일반 의료진에게도 평상시 재해 대응 훈련을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대지진이 일어나자 훈련받은 의사들도 당황스러워하며 물자도 부족해 버거워한다. 병원장의 의견이 지역 사회에 설득력 있게 다가와 다른 병원에서도 나름대로 대응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이다.
한국도 더이상 재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들려왔다. 이세자키 병원장은 전문 재난의료팀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바쳤는데, 한국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재난을 준비하고 있는가? 작년 이맘때쯤 최소의 구호물품이 들어 있는 서바이벌 배낭을 구입하는 것이 유행했다. 나는 아직까지 공공시설이나 피난처에서 그러한 물품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구명보트조차 제대로 펴지지 않은 여객선 사고가 한 해에 두 번이나 일어났지만, 안전행정부나 해운사가 일제점검했다는 보도자료조차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 야쿠모 히비키는 지진에 얽힌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재해현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인사로 보자면, 부모를 지진으로 잃고도 여동생과 함께 꿋꿋하게 세파를 헤쳐온 성실한 청년이고, 심약하지만 마음씨도 곱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소시민이다. 우린 이런 사람들을 많이 안다. 그러나 사람의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움직이는 이세자키 병원장은 없다.
이 작품의 제목이 '의사 히비키'가 아니라 Dr.DMAT(Disater Medical Assistnace Team)인 것을 상기할 시간은 지났지만, 뭐 고민한다고 해서 그게 낭비는 아닐 것이다. 고민하는 것이 결국 모든 일의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