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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짱구님의 서재

아더왕 이야기는 초등학생때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에서 처음 접한 이래로 너무나도 익숙한 테마입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리고 귀네비어 왕비까지... 꿈꾸듯 스케치해 놓은 삽화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이었죠.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바로 그러한 어릴 적 꿈의 세계를 사정없이 깨뜨려 준다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말이죠.

세계사를 배울 때면 늘 중세 서양사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농노? 가신? 봉토? 너무나 낯선 제도들과 사는 모습들이 늘 피상적으로만 맴돌았죠.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중세 유럽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어옵니다.

백마를 탄 기사! 얼마나 멋질까요? 하지만 그들은 아마 대부분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벗지도 못하는 철겅거리는 쇠사슬 갑옷을 입고 다니는 백수(!)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기사들은 누군가가 자기에게 싸움을 걸어 오기를 기다리든가, 혹은 무술 대회에 출전하든가, 아니면 어딘가 있을지 모를 모험을 찾아 막연하게 길을 떠나든가 그랬었을 거예요. 즉,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사는 족속이 아니었단 거죠.

이 책의 미덕은 또 있어요. 우리가 여태껏 배워 온 세계사란 것이 그저 기독교의 입장에서 바라본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는 거죠. 전 솔직히 켈트 문화나 드루이드들의 이야기를 잘 몰라요. 아주 낯설죠. 하지만 이 책을 슬슬슬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또 배우게 돼요.

이 책이 역사적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저 신화나 이야기 혹은 전승에 불과할까요?

저는 아마도 그 중간쯤 어디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의 여기 저기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괴물들, 용, 홀연히 사라지는 아름다운 처녀, 호수 아래에 있는 집, 마법의 식물들, 바위 속에 박힌 검, 땅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뱀들... 마치 판타지 소설을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론 실재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 골격을 이루고 있으니 소설이라고만 볼 수는 없겠죠? :)

마지막으로 이 책의 미덕 하나는,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 군데 군데 아름다운 그림들이 박혀 있는 '그림책이다'라는 점입니다요. 읽는 중간 중간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에 흥미로운 그림들을 넣어 놓았어요. 자세히 보면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지요. 사실, 김정란교수가 번역한 문체는 좀 지루해요. 기승전결이나 굴곡이 없이 똑같은 톤으로 이어지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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