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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게 책을 읽다
  • 조선 궁궐 일본 요괴
  • 조영주
  • 19,800원 (10%1,100)
  • 2025-06-18
  • : 401



조영주 작가와 윤남윤 화가의 콜라보로 탄생한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저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입니다. 첫 장면을 읽자마자 '엇 익숙한 전개 뭔지? 데자뷔 인가?'하고 하나의 소설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리디북스 전용 소설이 기억났습니다. 그때 제목은 <갓파의 머리 접시>라는 직관적인 제목이었는데, 표지 그림 역시 얘들 동화 같은 직관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때는 소설 내용이 정말 좋고 재미있는데 접근성이 없고, 많은 분들이 선택하기에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랬던 이 친구가 전신 성형을 심하게 하고 환골탈태한 상태로 다시 나타났던 것입니다. 국내 최대...는 아니지만 국내 최고에 속하는 "공 출판사"에서 시술을 받은 이 친구는 개명까지 해서 나타났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기존 제목보다 훨씬 좋습니다. 갓파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 요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생소할 수 있고, 일본 요괴명이 소설 제목에 떡하니 나오면 선택하기가 쪼옴... 쯥..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루 뭉실하게 일본 요괴로 퉁 친 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입니다. 여기에 장강명 작가가 작명한 제목이라는 스토리까지 한 스푼 더하면 관심이 확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제목과 표지, 내지 디자인만 바꾼 거라면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는데,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책 자체에 대한 스토리텔링과 홍보 포인트도 좋습니다. 이번 도서전을 필두로 애서가, 독서인들에게 베리베리 매우 핫한 무제 출판사 배우 박정민 씨의 관심으로 유튜브 영상에도 소개되고 출판계 마당발, 문어발 발발이 인맥을 자랑하는 공 출판사 공 대표와 이 함께 찍은 사진도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픽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파민에 찌든 요즘 시대에 어렵고 긴 글은 필패 요소입니다. 대중적인 흥행을 따질 때 그렇다는 이야기고 물론 지금도 어렵고 길고 난해한 책을 선호하는 독서인들도 있지요. 그러나 비율로 보면 소수입니다. 그런 지나친 지성은 어디다 써먹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나의 뇌 활동을 챗GPT에게 양보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그런 책의 필요 여부와 무관하게 전반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상당량의 지성을 필요로 하는 책으로는 어렵습니다.  



<조선 궁궐 일본 요괴>는 제목도 쉽고 무난 무난하며 누구나 한 번 집어 들고 호로록 읽어보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부담 없지만 뭔가 호기심을 일으키며 마치 쇼츠를 넘겨 보듯 스윽 보고 싶어지는 정도의 흥미 유발에 적당합니다. 거기에 <갓파의 접시 머리>에서는 상상의 여지가 없는 표지였지만 이 책은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민화와 동화 스타일의 표지 디자인이 '일단 집어봐~~'라고 우리를 충동질합니다. 게다가 심지어 더욱이 표지에 요괴가 없어!!! '도대체 일본 요괴는 어디에 사는 누구란 말인가?' 본능적으로 궁금해진단 말입니다. 



책 내용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읽다 보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교훈까지 있습니다. 사실 대중 소설에서 교훈은 상당한 위험 요소인데, 베테랑 조영주 작가는 그딴 위험에 빠지지 않습니다. 아주 슴슴하고 미미하게 느낄랑 말랑한 수준으로 수위 조절이 좋습니다. 요건 작가 개인의 특성이기도 하고 타고난 감각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포인트가 뭔가 어른 소설인가 아이들 동화인가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 P.S

흠... 이거 뭐 까기는 뭐하고 언급을 안 하기도 애매해서 한마디 하자면, 갓파에 대해 알면 알수록 거꾸로 해도 윤남윤, 바로 해도 윤남윤님의 갓파 일러스트는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파는 못생김이 기본 옵션인데, 지나치게 미남 미남 합니다. 심지어 머리에 접시도 생략했어요. 이 정도면 그림이 구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와중에 그림이 좋으니까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드는 제 자신도 싫어집니다. 인간적으로 좀 엔간히 합시다. 오래 고민해서 그리셨다는 것으로 봐서 갓파를 몰라서 이렇게 그린 건 아닐 테고,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셨을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아 물론 진짜 갓파스럽게 그렸으면 과연 매력이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또 비판을 하기도 어렵긴 합니다. 누구도 어글리 한 주인공을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어차피 픽션이고 상상의 영역이니 안될 건 없지만 갓파의 우수에 찬 눈을 대할 때마다 혀를 차게 되었단 말입니다. 갓파는 소갈머리 없는 어글리 대머리 아저씨 스타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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