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세랑 작가님의 신간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 출간을 앞두고 단편 한 편을 엮어낸 36p의 미니북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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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너무 너무 좋았다. 출간되자마자 신간은 무조건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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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세일>이라는 생소한 제목을 가진 짧은 단편 소설읽으면서 아 역시 정세랑 작가님이다. 이 말을 몇번을 뱉었는지 모른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짧은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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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하게 된 이재가 고등학교 친구들을 모두 모아 결혼생활에서 사용하던 많은 물건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신박하고 재미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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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선뜻 이혼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애써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며 이재의 눈치를 보지만 정작 이재는 짐짓 밝게 사용하던 물건을 판매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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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다들 이재보다도 이재가 이끌고 다니는 공기 같은 것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함께 있으면 심장이 약간 느리게 뛰게 되는 감미로운 공간 장악 능력 같은 것 말이다. 이재의 반경에선 모든 모서리와 테두리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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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문장 넘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아 이래서 이 사랑스러운 사람을 다들 좋아했던거구나. 끄덕이게 되었다 :-)
피프티피플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매력적인 인물 묘사를 잘하는 정세랑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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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을 때는 별 도움 안되는 소리를 한다 싶었지만, 그후 지원은 이상하게 이재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중략) 이재의 이혼 세일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가서 무런가 근사한 말을 돌려줘야 했다. 주문 같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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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나에게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말 한마디들이 많이 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들렸지만 자꾸 무의식중에 떠올리게 되는 말 한마디. 그 한마디가 나를 콕콕 찌를 때도 있었고, 따뜻하게 안아줄 때도 있었다. 이재는 짧은 조언의 한마디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 속에 담아두고 힘들 때마다 떠올리며 기운 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그런 말들이 있지. 하면서 또 공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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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되는 정세랑 작가님의 신간소설! 장바구니에 담을 책이 또 한권 생겼다. 사심 가득 담아 너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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