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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림
  • 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 김애란
  • 13,500원 (10%750)
  • 2019-09-25
  • : 10,165

유튜브를 열다보면, 

“김애란”이란 이름이 종종 보였고, 

그 이름은 그닥 끌리는 이름은 아니어서 묻어둔 채 지나다가, 

책 이야기를 하는 “이동진”의 유튜브에서 다시 “김애란”을 듣고는 

봐야지! 로 쉽사리 마음이 바뀌어서 <달려라 아비>를 빌렸다.


제목도 참 별로라고 속말을 하며, 

여느 요즘 시대의 책이겠거니 했는데, 

이 책의 끝 무렵에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후다닥 달려가서 또 빌려두었다.


너무 재미있다. 

말이 재미있고, 

글이 재미있고, 

어서 읽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것이 좋고, 

자신의 불행을 불행이라 말하지 않아 좋고, 

그러면서도 울컥한 것이 있어 좋고, 


<문득,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p.161)>에서 

“문득” 다음에 오는 “,“에서 밀려오는 격한 슬픔이 좋고, 


<미안해요. 무서워서 그랬습니다(p.244)>에서 느껴지는 아리한 아픔이 좋고, 


그저 그런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 보다 더 그저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들을 볼 수 있어 좋고,


다시 그녀의 책을 빌리러 달려 나간 내가 좋아 좋다.


작가의 말에서, 

<그리고 언제나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언제고 곧, 다시 봅시다.(p.267)>라는 말이 꼭, 반드시 그렇게 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해서 좋다.


고전 이외에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다, 좋다라는 느낌이 들게 해 준 책!!!

끝까지 좋다.






 

*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녀는 항상 누군가에게 자신의 작은 비밀을 털어놓으며 상대방의 더 큰 비밀을 알아내는 친구였다.

 

*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도시락을 혼자 먹어보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인지 알 것이다. 그것의 고통은 내가 혼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혼자인 것을 모두가 ‘보고’ 있다는 데 있다. 나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 플레시오싸우루스, 입에서 바람이 부는 이름이었다.

 

* 물론 나는 나의 이력이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대단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대단한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왠지 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내가 나를 먹여살리게 된 순간부터, 나는 나의 이력이라는 것이 지겨워졌고, 내가 제일 그리워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세상의 어떤 무심함, 아주 특별한 종류의 무심함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 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 두 입술이 닿기 전. 세계의. 고요함.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려온 입맞춤. 말캉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 천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풀나풀.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굼. 그리하여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낮꿈처럼 흩날렸을 때. 싱그러운 비놀리아 향기가 밤하늘 위로 톡톡 파랗게 퍼져나갔을 때.

“바로 그때 네가 태어난 거다”

 

* 가만 보면 씻은 후 머리카락을 치워놓는 사람은 언제나 그랬고, 안하는 사람은 죽어도 안하는 것 같았다. 남들 출근시간에 욕실에 들어가 한 시간은 족히 씻고 나오는 사람은 언제나 그 사람인 것 같았고, 샤워 후 좌변기를 젖게 만들어 앉을 때 불편을 주는 사람도 항상 그 사람인 것 같았다.

 

* 지구는 한 쪽으로 돌고 바람은 여러 방향에서 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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