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알아차림
  • [큰글자책]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 신경림
  • 26,000
  • 2011-08-22
  • : 29

1권에 이어 2권을 읽다 보니 저자에 대해 좀은 꼰대스러운 느낌이 든다. 


가문 운운하고, 

술이 빠지지 않고, 

가정을 돌보지 않고 본인의 문학만 중요하게 여기는 시인에 대한 미화까지...

그 시절에는 그랬지 라는 말로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썩 내키지는 않네.


미투가 있기 전에 나온 책이어선가, 고은 시인도 있다.


김용택 시인을 읽을 차례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읽기를 계속했는데,

어째 안도현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두 장을 넘기는거라. 

안도현 시인을 어지간히 좋아하시나 본대 

그래도 김용택 시인의 자리에 그의 이야기는 두 장이 넘어가도록 언급이 없고

안도현 시인에 대해 이렇게 지나치게 할애하는 것은 잘못이지 않을까 쯧쯧거리며 혀를 찰 즈음,


아뿔사! 화장실 다녀온 사이 책장이 김용택 시인을 지나 안도현 시인의 장으로 넘어가버린 것을 안거라.


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꼭 이렇게 되겠구나를 체험하니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했다.

어리석어 모르면 매사가 이렇겠다는 자각이 크게 온다.


1권에서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최고로 쳤는데

2권에서는 김용택 시인의 <눈 오는 집의 하루>를 꼽고 싶다.










* <균열>  -서정춘

내 오십 사발의 물사발에

날이 갈수록 균열이 심하다


쩍쩍 줄금이 난 데를 불안한 듯

가느다란 실핏줄이 종횡무진 짜고 있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물사발의 균열이 모질제도 아름답다




<봄, 파르티잔>   -서정춘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눈 오는 집의 하루>   -김용택

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또 

밥 먹는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축우지변>   -이상국

힘이 든다

소를 몰고 밭을 갈기란

비탈밭 중간 대목 쯤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솰솰 싸면서 

소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바뀌면

내가 몰고 너희가 끌리라

그런 날 밤

콩섞인 여물을 주고 곤히 자는 밖에서

아무개야 아무개야 불러 나가보니

그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