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24시간이모자라님의 서재
  • 투계
  •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 13,500원 (10%750)
  • 2024-08-09
  • : 1,393

이 소설은 현실 그 이상으로 잔혹한 면들을 살아있는 문장으로 그려낸 듯하다. 다만, 각 소설이 선사하는 남성이 여성의 지휘를 아래에 두고 휘두르는 폭력은, 온갖 더러운 오물과 배설로 비유된다. 이러한 표현에 취약한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의 일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참고할 것을 권한다.


투계는 가부장제 아래에 갇힌 여성의 인권, 인종 차별 등의 문제들을 한 편의 짧은 소설들에 담아 묶어 만든 것이다.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음침하고 권력적인 시선은 가정 내에서나, 외부로부터 시시각각 들어오는데 각 소설의 인물들은 그 시선을 폭력의 형태로 오롯이 겪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상황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들의 면면은 결코 깨끗하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는 단편은 "상중"이다. 이는 가부장제가 어떤 형태의 폭력을 여성에게 휘두를 수 있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자율성을 묵살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자율적인 성행위 하나만으로 인권을 빼앗아 버리고 다수의 어린, 혹은 성인 남성들이 행하는 성폭행과 감금이라는 그 악한 행태, 즉 범죄를 제도와 심판이라는 명목을 담아 당당히 행하고 있다. 이 단편에서는 마리타와 마리아, 두 자매가 나오는데 여기서 그 처참한 범죄의 대상이 된 사람은 마리아다. 마리아는 이런 말을 한다.


'마리아는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아니라고, 바퀴벌레가 낫다고, 집에 남자 하나 있느니 세상 모든 바퀴벌레를 들이겠노라고 말했다.' 128p


이 대사에서 마리아가 가지고 있는 남성을 향한 누적된 증오심이 얼마나 큰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집단이 있다. 현실에서 행해지는 차별은 물론이요, 뉴스에서만 보더라도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한 폭행, 그리고 스토커와 살인. 명명되는 범죄들의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투계는 피와 오물이 넘치는 폭력속에서도 반항하는 여성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 마음의 내면과 은유적인 표현들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


아래는 머릿속에 남아있는 명대사라고 생각하는 문장이 담긴 페이지로 '괴물'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 이 글은 출판사인 문학과 지성사의 서평단에 선정됨으로써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나르시사는 이제 정말로 죽은 것들보다 살아있는 것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이제 진짜로 죽은 것들보다 살아있는 것들을 더 무서워해야 한다고, 우리를 계속 붙들고 말했다.- P33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