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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바다를 닮아서
  • 반수연
  • 13,500원 (10%750)
  • 2022-12-05
  • : 427

제목과 표지에 ‘바다’가 드러나 있듯 이 산문집은 바다와 밀접한 인생을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에 펴낸 소설집 ⟪통영⟫도 온통 푸른빛이었는데 그 책과 연관이라도 있는 듯 이 책도 푸르르다. 실제로 ⟪나는 바다를 닮아서⟫는 소설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대놓고 ‘그 소설은 이렇게 탄생했다’고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설 속 인물이 떠오르는 식이다. 그 때문에 소설집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산문집에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전신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소설집을 먼저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좋다. 무엇보다 작가의 저서를 한 권이라도 읽는다면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에는 작가의 다사다난했던 지난 삶이 담겨 있다. 이렇게 적으면 ‘역경을 뚫고 소설집을 펴낸 (대단하지만 흔하디흔한) 소설가’로 단순히 정의내려질까 우려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과의 마찰, 가까운 이의 투병과 죽음 등 누구나 겪었을 법한 고난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그것에서 도출해내는 작가만의 통찰이 눈부시다. 한 가지 더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라면 ‘이민’이라는 키워드일 것이다. 한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아니라 한국에서 자랐지만 해외에서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이기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들로 네 차례 재외동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적으면 또 걱정 하나가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이민자이기에 과대 평가를 받았다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고향을 떠나 자리 잡은 터전이 외국이라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어떤 장소, 어떤 대상, 어떤 시간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이야기를 하기에 많은 이가 작가의 글을 찾는다는 것을 말이다.


표지에 실린 문장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멀리 떠날 것. 그리고 돌아올 것. 힘껏 돌아올 것.

그것은 오래되고 익숙한 리셋의 방식이었다.”


“이제 내게 너무 익숙해진 이국의 시간과

손님처럼 어색한 고향의 시간이 서걱거리며 부딪혔다.”


떠나고 돌아오는 것, 서로 다른 것이 서걱거리며 부딪히는 것. 작가가 그의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파도 치는 바다와 꼭 닮지 않았는가. 파도 치는 삶에서도 소소하고 다정한 것들에 위안을 얻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인생을 힘껏 응원하고 싶다. 지금 그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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