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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김혜남.박종석
  • 14,220원 (10%790)
  • 2019-06-05
  • : 1,528
  보통 ‘잘 지내?’라고 안부를 물으면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묻는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 몸의 건강은 신경을 쓰지만 정신 건강은 별로 신경 쓴 적이 없다. 제목 옆에 작게 쓰여진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라는 문구처럼 이 책은 심리학의 관점에서 어른들의 안부를 묻고 있다. 그동안 묻지 않았던(물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내 정신 건강의 안부를 물을 기회를 주었다. ‘당신의 정신 건강은 안녕한가요?’라고 묻는 듯한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2명이 함께 썼다. 그중 김혜남 작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표지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감탄했다. 표지 속 여자의 얼굴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상할 수 없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지, 무언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저 오늘 저녁 메뉴를 정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감정을 숨기는 데 너무 익숙해서 표정으로는 감정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정신 질환도 마찬가지이다. 쉽게 눈에 띄는 질환도 있지만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질환도 있다. 이것은 타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보내는 신호조차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


  책의 구성은 정신 질환마다 한 장(chapter)을 할당하여 ‘개관-사례-치료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 증후군, 만성피로 증후군, 허언증, 현실부정, 강박증, 불안장애, 무기력감, 자해, 화병, 섭식장애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다루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개관을 읽을 때면 나도 이 질환에 해당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가도 사례를 읽고 나면 나는 아직 이 정도는 아니구나 하며 안도하는 한편 나 역시 정신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위로의 말은 정신 질환이 불치병이 아님을 상기시킨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일요일 오후 1시>도 참 좋았다. 편집자와 두 저자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인데 현대인이 가슴속에 품고 있을 법한 의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죽을 만큼 힘들 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혼자서는 외롭지 않을 수 없는지와 같은 것이다. 사람은 모두 병에 걸릴 수 있다. 정신 질환도 병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신 질환이 자신만은 비껴갈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며 산다. 저자들이 책 한 권을 관통하며 강조하는 바는 마음의 상처를 직시하는 것 그리고 아픈 이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이제 오만한 생각은 버리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의 정신 건강은 안녕한가요?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희망의 끈만 놓지 않으면 그날은 반드시 온다.- P9
...아주 대단하고 절대적인 사랑만이 나를 구원하고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구나. 친구의 가벼운 위로, 지나가는 사람의 작은 친절도 삶의 숨구멍을 틔워주는 소중한 물꼬가 될 수 있고, 그것이 희망이 되어 바닥에서 다시 올라올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P47
어떻게 하면 지금처럼 쫓기지 않고,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물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좀 더 열심히, 부지런히 달려보라는 답이 돌아온다.- P78
자해란 어찌 보면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고 싶은 욕구와 절망감을 참아내려는 필사적인 노력이고 외침이다.- P170
일하는 여성의 가장 큰 고충은 ‘일하는 여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직업 환경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의 부족도, 승진 기회의 부족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가 무언가 부족하고 잘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에 대한 회의와,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다.- P177
울음은 아픔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굿판이다. 가슴속 깊숙이 응어리진 것을 토하듯이 내뱉고, 눈물로 그 슬픔을 씻어 내리는 작업이다.- P257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는 말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아주 조금씩 매일 변하는 것이야말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P261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가르쳐 준 우울증에게, 존중과 애정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싶다.-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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