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뭔가 싶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이미 발달된 미디어들이 상당히 표현해 주어 익숙하다고 여기기까지 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상에 대해 증언해 주었습니다. 옛날 영화처럼 총알에 맞아 윽! 하는 비명하나와 삐져 나오는 핏물이 전부가 아님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말이 가지는 무게는 그 중량이 또 다름을 알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의 조각이 몸에 붙는 일이 일생에 몇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사람을 쌓아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얼마나 떠올릴 수 있을까요. 옆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살 수 있음이 단순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얼마나 어두울까요.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외치는 전쟁이란 얼마나 가벼운 것일까요. 아니 애시당초 전쟁을 벌이는 그 숭고한 이유들과 당위가 얼마나 가치없음은 또 얼마나 다가올까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또 얼마나 사람을 보고 있는가요.
총을 맞아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었음에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난전 속에서도 안전한 곳에 피신을 시켰고, 원수로 알던 사람들의 꼴을 보고 측은함을 느껴 먹을 것 한봉지라도 나누는 것은 또 어떤 모순이며. 생면부지의 군복입은 사람에게 기꺼이 밥을 내어주고, 기꺼이 이동하는 차의 옆자리를 내어주는 성정은 어떤 발로인지요. 인간을 조각조각 부수면서도 그럴 필요없는 상황에서 손을 내미는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정신을 놓아버리지 않을 수 있는 가족이란 또 무엇인가요.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긴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삶의 경험이 다르고, 삶의 가치가 다르고, 삶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저에 흐르는 사람의 공통된 가치란, 내 머리속 어느 한 귀퉁이를 밀고 들어오는 감정의 복잡함을 미리 막지 못하게 합니다.
끊어버린 담배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ps. 이 서평을 적은 때는 밤 시간 입니다. 밤이 더욱 유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