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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na99님의 서재
  • 어쩌다 군대
  • 남기숙
  • 12,600원 (10%700)
  • 2022-11-30
  • : 96
미국에서 큰애를 낳을 때 군대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다 내심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국적법이 바뀌면서, 그리고 남편의 강력한 의지로, 아무래도 군대를 보낼 것 같다.

남들 다 하는 것이니 해야지 생각하다가도 아니 안 갈 방법이 있으면 안 가야지 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또 마음이 팔랑팔랑.뉴스에서 마음 아픈 소식을 들으면 벌써부터 더럭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인지 병영 상담관으로 일하시는 작가님의 책이 참 반갑고 안도가 되었다. 뭐든지 조금 앞서가는 내가 아들의 군 생활 걱정도 미리 하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꼰대 인증인 것 같지만, 우리가 그들 나이쯤 되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을 일도 요즘의 장병들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참, 작가님은 책에서 장병 대신 '용사'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일부러 그러신 것인지 요즘 쓰는 표현인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단어인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군 생활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성향을 지닌 사람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늘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람이 힘든 것보다 일이 힘든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소위 고생을 크게 하지 않고 자란 (다시 한 번 꼰대 인증...) 요즘 젊은이들에게 맞지 않는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참 고역일 것이다.

​시아버님께서 예전에 군 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남편에게 "때리지도 않는데 뭐가 힘드냐"고 하셨다던데, 요즘 군대는 장병들의 마음을 살펴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애들이 고생을 안 해서 나약하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군대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은 바꾸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군대를 가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줄 만한 요인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전력면에서도, 현실적으로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작가님이 장병들을 '20대 후기 청소년'이라 칭하신 것이 인상깊었다. 참 맞는 말이다. 요즘은 40대가 30대 같고, 30대는 20대 같다는데, 20대 초반은 10대라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병들이 실수해서 질책을 받을 때 가장 괴로워하는 것 같은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장병들이 실수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좀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물론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이기에 더욱 실수에 엄격하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아 군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면 그건 전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 그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군대 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참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책을 상담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 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문제에 좀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작권 때문인지 그림책의 사진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내담자의 괴로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성심껏 방법을 모색해 보는 작가님을 보며 이 분의 마음도 내내 건강하기를 바랬다. 상담을 '문제'가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 아들이 군대에 갈 즈음에는 이런 상담이 더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그때까지 아들을 좀더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키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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