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없이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있었다. 뜨개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 동대문시장에서 발품 팔아 인형 재료를 사서 만든 경험이 있었고, 나 또한 수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형을 만들기 위해 동대문에 간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본 인형과 갖가지 물건들에 사로잡혔고, 어느새 모루 인형 재료를 고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모루 철사와 눈과 코, 옷과 안경, 리본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서 그날에 여섯 인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인형을 만드는 건 원리는 간단했지만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기는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손수 만든다는 기쁨이 있었고, 집에 놀러오신 고모께서 예쁘다고 하신 모루인형 하나를 선물했을 때도 기뻤다. 사업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들고 포장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 기쁨이 나를 '만드는 사람'으로 만든 것 같다.
책은 뜨개질을 소재로 하지만 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인터뷰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큰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기보다, 뜨개질이 너무 좋아서, 취미로 하다가, 등등의 이유로 시작하였다. 그들에게 있어 뜨개질은 삶의 일부이자 원동력이기도 했다. 제목이 '뜨개하는 날들'이듯,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소중하다. 그것이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되고, 다른사람에게 나누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18, 결국 2년간 지속되던 수업을 멈추었다. 수업을 위한 뜨개를 하다 보니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뜨개'를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뜨개 선생 강보송도 좋지만 '작가' 강보송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39, 그러자 엄마는 따뜻한 위로 대신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하나가 만들어지고 빛을 발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려. 꼴랑 2년 해놓고 무슨 욕심을 부리는 거니." 이 말이 어찌나 큰 위안이 되는지.
📍61,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을 아는 것은 더 멀리 앞을 내다 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공사로부터 책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