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나는 믿고 있다. 분명 오늘의 계속되는 갈등이 언젠가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거라고. 그 갈등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지금의 낯섦과 혼란은 그 적응의 과정일 뿐이라고.
📍111, 40년 전 노동저둘아 재봉틀과 폐병에 시달렸다면, 오늘날의 노동자들은 키보드와 디스크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127, 무엇보다 누군가의 이동권 향상은 결국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의 확대를 가져온다는 점도 있지 않았으면 한다.
#구로
이 책은 구로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구로에 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는다. 저자도 말했듯 구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구로는 어떤 이미지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하철역이자 환승역이라는 점이다. 항상 용산행을 타면 어떤 열차를 타든 구로역을 거칠 수밖에 없고, 구로역에서 환승하면 수원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심각한 길치인 나는 웬만해서 구로 환승은 하지 않는 편이고, 그렇다보니 구로를 목적지로 하여 어딘가를 가본 기억이 없다. 더 생각나는 것은 책에서도 많이 언급된 '구디역'(구로디지털단지역)처럼 디지털단지, 산업단지, 구로공단에 관한 것이었다.
#표지
책을 받았을 때 표지가 참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동 헤리티지'라는 커다란 제목에 전체적으로 초록색 색감과 뒤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와 노동자, 재봉틀과 버스와 공장단지, 그리고 '구로기계공구상가단지'와 탕후루까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오브제가 모여 '구로'를 설명하고 있었다.
#한국사회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구로'를 단순 지역으로 대하기보다 사회, 문화,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회고한다는 점이다. 구로의 공단과 디지털단지 특성상 노동자가 집약되어 있어 그들이 처한 문제사항을 다루고, 구로에 특히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 초반에는 구로의 영화제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구로동을 주제로 한 에세이라면 기대할 만한 내용이 아닌 것도 많아서 어딘가 섞이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리라'라는,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미가 중복 사용되어서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리라'라고 희망하는 표현과 구로의 최대한 많은 면을 담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 또한 내가 사는 인천을 사랑하듯 저자도 그가 자란 구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구로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어 구로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