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잠자리에 들려고 누운 미키에게 요란한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 미키는 거기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꽥 지른다. 갑자기 옷이 벗겨지며 캄캄한 데로 굴러 떨어지는 미키는 환한 부엌의 빵 반죽 속으로 떨어진다. 미키를 밀크로 알고 반죽을 치대는 빵굽는 아저씨들. 빵 반죽이 되어 오븐에 들어간 미키는 빵이 맛있게 구워지는 중에 “난 밀크가 아니야. 난 미키야.”하며 오븐 밖으로 나와 부풀어 오른 빵 반죽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빵굽는 아저씨들에게 밀크를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
처음 이 책을 본게 큰아이가 3살쯤? 이였던 것 같다. 좀 챙피하지만 모출판사에서 유명 작가들의 책을 해적판으로 만들었던 한 전집에서 이 책을 처음 봤다. 그때 봤던 이 책을 기억해 보면, 그냥 뭐 이런 내용의 책이 있나??? 그랬던 것 같다. 발가벗은 꼬마가 등장하는 것도 당황스러웠고, 빵굽는 아저씨들은 왜그렇게 뚱뚱하고 못생겼는지.... 아무튼 그땐 그랬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은 모리스 샌닥이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 이 책이 어떤 상을 받은 책인지 알고 보니까 뭔가 달라 보인다고 생각하려 애쓰고 있다는... ^^;;;
우선 책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은 옛날 만화 영화의 첫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 글씨체도 그렇고, 비행기 타고 여러 베이킹 재료들로 만든 빌딩사이를 날아가는 그림이 꼭 만화 같다. 책을 다 읽고 보니 다음장에 나오는 갈색의 면지는 꼭 빵 같은 느낌이 든다. 동그라미 안에 쓴 제목과 작가, 우유를 들고 있는 미키의 모습은 미국 어느 영화사에서 영화 처음 시작하면서 틀어줬던 으르렁 대고 얼굴을 내미는 사자로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장면도 영화의 첫 장면이 생각난다. 미키가 빵 반죽 비행기를 타고 휙 날아가면 비행기 꼬리에서 책 제목이 연기가 되어 나올 것만 같다.
미키가 떨어진 부엌 풍경도 참 재밌다. 빌딩 꼭대기에 달린 핸드믹서기의 여러 믹스기구들, 후추통처럼 생긴 빌딩, 딸기잼 병으로 만든 빌딩, 주전자 모양 빌딩, 우유팩 모양 빌딩, 빌딩 너머 기찻길로는 식빵 기차도 지나간다.
밀크와 밀키웨이를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지 않고 밀키웨이에 역주를 달아 놓은 점이 맘에 든다. 이걸 우유, 은하수라고 굳이 번역해 놓았으면 책을 읽는데 왠지 별로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빵굽는 아저씨들에게 우유를 가져다주고 우유병 위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는 미키가 참 귀엽다. 우유를 가져다 주고 미키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아침마다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다 나 때문이라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미키를 보여주며 영화가 아니 책이 끝난다.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은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그 내용이 아이들 생각과 꼭 맞아 떨어져서겠지? 한밤중에 자지않고 몰래 부엌에와 냉장고에 있는 우유나 케이크 조각, 빵 한조각 꺼내먹는 일들이나, 장난이 심한 아이를 꾸중하는 엄마에게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라고 소리치는 일들. 아이들이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겠는가! 그래서 아이들이 모리스 샌닥의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들을 그림책의 주인공들이라도 해 주고 있어, 야호 기분 정말 좋다!!! 아이들이 이런 느낌으로 책을 읽지 않을까?
작년에 아이들에게 미하엘 엔데의 ‘마법의 설탕 두조각’을 읽어준 적이 있다.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 엄마, 아빠가 마법의 설탕을 먹고 반씩 줄어드는 장면에서 큰아이가 얼마나 큰소리로 웃으며 좋아했는지, 큰아이의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그림책, 동화책이란 이런 유쾌함과 통쾌함을 주어야 진정한 아이들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리스 샌닥의 책처럼 아이들에게 금기시 되어 있는 말이나 행동을 해 봄으로써 어른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억눌린 마음을 해소 할 수 있는 책으로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