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인사하긴 했지만, 피로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P155
어둠과 물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영혜.- P155
두 사람 다 비슷하게 말수가 적어서- P159
남편은 저렇게 날개가 있는 것들을 즐겨 찍었다.- P159
결코 관통할 수 없을 것 같은 침묵에 싸여 있던 남편의 실체를 과연 그녀는 만난 적이 있었을까.- P160
그날 이후 그녀가 그에게 바란 것은 자신의 힘으로 그를 쉬게 해주는 것- P160
그의 침묵은 고무처럼 질기고, 바위처럼 무거웠다.- P161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 그가 찍을 이미지들뿐이었을 것이다.- P162
알 수 없는 생명의 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P162
그러니까 꼬박 석달째 한시간 이상 이어서 잠들지 못했다.- P165
신기하게도 그 우묵하고 비좁은 공간이야말로 서른두 평의 아파트 안에서 가장 아늑하게 느껴지는 장소라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는다.- P165
남편의 행동이 무엇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P167
수개월의 소송과 지루한 구명운동 끝에 풀려났으며, 잠적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P168
짐승만도 못한 사위를 연상시키는 큰딸과도 연락을 끊었다.- P169
모든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았다면.- P170
신경성 거식증의 경우 십오에서 이십 퍼센트가 기아로 사망합니다.- P171
정신분열증이면서 식사를 거부하는 특수한 경우- P171
가끔 정상적인 인간들로 가득 찬 평온한 거리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P172
영혜를 가까이 둔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P173
응······ 여기엔 큰 나무들이 있네.- P174
······여기서도 나무들이 보이네.- P175
언니. ······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P175
그 몸에서 어떻게 뿌리칠 힘은 나오는지······- P176
생생히 번쩍이는 눈으로 영혜는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P178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