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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kanbyeol님의 서재
  • 마트료시카 꺼내기
  • 송선미
  • 12,600원 (10%700)
  • 2026-03-03
  • : 2,420
⭐️

어젯밤 늦게 배송될 거라는 문자를
보고 잠이 든 나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처럼
현관문 앞에 놓여있던
상자 속 동시집을 만났다.

'무지개 그림자 자루' 속에 담긴 것들이
한 알 한 알 모두 달라서
하나같이 다 내 심장을 건드리는 게
신기해서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잠시 멍해졌다.
분명히 다른 자루들에는 몇 개씩만
반짝이는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이 자루는 어느 하나 반짝이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동시집은 "모자의 시간'을 보낸 시인이 만든
책의 물성을 가진 마트료시카 같다.
넘기며 하나씩 꺼내는 마트료시카. 새로운 경험이다.
시인의 마트료시카를 다 꺼내고 나면
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맨몸의 목각 마트료시카가
내 앞에 있는 기분이 든다.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이제 천천히 너의 마트료시카를 하나씩 그려볼 차례야.'

두세 개쯤 꺼냈을때 대충 그린 마트료시카를 만나서
실망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는 러시아 어느 시골 마을의 마트료시카 장인이 정성껏 만든, 50번째 마지막 미니까지 또렷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마트료시카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마트료시카 만드는 법을 배울 시간.
'너에게서 풀리는' 향기를 가진 마트료시카
만들기를 시작할 시간.
식빵이 되어 양 빰을
동시 크리임 수읖에 흠뻑 적실 시간.
슈톨렌 같은 동시집을 자꾸 사고 읽고 쓰며
기다리는 사람, 시작되는 사람이 될 시간.
내가 가진 반짇고리를 들여다볼 시간.
조금씩 커져서 밖으로 퍼지는 웃음을 안고
동시집을 보고 또 볼 시간.

.
.
.

문지나 작가 그림책들을 모두 보아서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감각'을 기대하던 동시집에서 만나서 좋았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의 그림이 동시집에 있어서 그림책 마을에서 동시 마을로 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외롭거나 낯설지 않았다. 마트료시카 나라의 언어를 배워서 알고 있는 나에게 '마트료시카 꺼내기'라는 제목도 의미가 있다. 모두 연결되어 있는 느낌. 자꾸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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