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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900908님의 서재
  •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남궁인
  • 14,400원 (10%800)
  • 2021-07-12
  • : 3,127
‘편지’라는 매개에 관한 내 애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작가가 주고받은 서간문을 엮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는 오해를 해소하기는커녕 증식시키는 무척 불쾌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이유인즉슨 이슬아 작가의 편지 전반에서 남궁인 작가를 대하는 방식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적하는 방식의 글이 부드럽지 않을뿐더러 왠지 모르게 보는 내가 민망했다. 솔직함과 무례함에는 차이가 있다. 내가 무슨 수로 그 둘 사이의 행간을 읽겠느냐만은 매 편지마다 이슬아 작가의 핀잔과 가르침에 남궁인 작가가 눈치를 보고 변명을 늘어놓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었다.

편지는 지극히 사적이다. 그 사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의도를 가지고 서간문 형태를 취해 글을 썼다면 수신자가 남궁인 작가나 이슬아 작가, 서로가 아닌 독자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남궁인 작가가 되었다가 이슬아 작가가 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이런 편지는 도무지 조금도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마 저 글들이 서간문 형태로 쓰이지 않았다면 이만큼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다시 책 표지의 띠지를 보니 어이가 없다. 펀치같은 편지라니. 편지는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쓰이지 않는다. 편지는 누군가를 탓하고 지적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나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드러내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용도로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쓰고 받았던 편지에는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내용보다는 사랑하고 보듬는 말들이 더 많았다.

이슬아 작가는 ‘남궁인밖에 모르는 남궁인 선생님께’ 챕터에서 얼만큼 자신이 서간문에 적합한 글을 썼는가 통계를 내었으나 나는 서간문이라는 형태를 준수한다고 해서 그게 진짜 편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형식을 좀 못 갖추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오만하지 않은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는 편지를 보고 싶다. 오늘 저녁에는 봉인된 박스를 풀어 애정이 가득 담긴 친구들의 편지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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