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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님의 서재
  •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
  • 이대우
  • 17,820원 (10%990)
  • 2026-08-14
  • : 22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서평|이대우 형사가 40년 끝에 남긴 마지막 수사 보고서

한 직장에서 40년을 보낸다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더구나 수많은 사건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형사라는 직업이라면 그 세월의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나 역시 사기업에서 38년을 근무했기에 40년이라는 숫자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보통 퇴직을 앞두면 군대 전역을 기다릴 때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 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마지막까지 사건 앞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퇴직을 앞둔 휴무일 아침, 직장 동료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관할 지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으로 반려견과 산책, 그리고 아내와의 저녁 약속은 당연히 다음으로 미루어지고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형사 직업이다. 서두에 이런 이야기로 시작을 하며 사람은 누구나 정해진 선을 넘으면 죗값을 치르기 위해 감옥으로 향한다.



사건이나 범죄를 다루는 일반 책으로 생각을 했는데, 베테랑 형사로 불리는 저자는 실적이 화려하다. 40년 긴 세월 경찰 근무와 수많은 범인 검거로 전설적인 사람이다. 얼마 전 제주도 실적 위주의 내용과 대조적이다. 책 속에 길게 남는 것은 건수의 화려함 보다 끝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마음속에서 놓지 못한 한 사람의 책임감이 보인다.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 생각난다.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면 그 시간은 무엇으로도 완전히 보상하기 어렵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수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실적보다 사실을 끝까지 확인하려는 신중함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명예 퇴직이나 공로 연수로 마지막 시간을 편하게 보내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26년 전 발생한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옛 근무지로 돌아갔고, 퇴직 13일을 남기고 오래된 용의자를 직접 찾아가는 마지막 출장까지 떠난다. 사건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 아직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라는 사실 만큼은 남기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이 책을 만들어 간다.

직업 보다 사명감이 먼저이고 퇴직 날짜가 정해졌다고 책임까지 그날에 맞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남은 두 달을 대충 보낼 수도 있었지만 유가족은 수십 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을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겁다. 제목의 '경계선'은 범죄자와 평범한 사람을 나누는 멀고 두꺼운 벽이 아니다.



평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던 사람도 한순간의 감정 때문에 선을 넘고,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며, 어제까지 안전했던 일상이 하루 만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와 범죄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사람은 언제 잘못된 선택을 하는가, 어떤 순간에 욕심과 분노가 판단을 넘어서는가, 반대로 우리는 어떻게 그 경계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는가 계속 생각하게 한다.

특히 사기 피해 사례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좋은 학력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조차 자신은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위험한 사람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오히려 경계를 낮춰 사기를 당한다.

또 하나 마음에 남는 것은 고립에 관한 이야기다. 보이스 피싱이나 온라인 범죄를 완벽하게 막기는 어렵지만,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상의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피해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 판단하지 않고 "이게 좀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누구에게 물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뒷장으로 가면 내용은 형사에서 시민에게 옮겨간다. 단골손님의 얼굴에 생긴 멍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편의점 점주처럼, 거창한 권한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누구의 위험 신호를 알아채고 신고함으로써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범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건이 벌어진 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주변의 위험 신호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범죄 현장을 다닌 사람 답게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보지만, 반려견 이야기나 일상의 실수, 선후배에게 받았던 위로 같은 장면들이 들어 있어 '전설의 형사' 라기 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한 사람의 모습에 가깝다. 세상 상황은 계속 변하고 있으며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딥페이크처럼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죄도 달라지고 있다.

결국 경계선을 지키는 방법은 과거의 경험만 믿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배우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태도인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를 읽고 나면 범죄 이야기보다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고 쉽게 사람을 믿는 것은 아닌지, 반대로 주변의 위험 신호를 보고도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순간의 화나 욕심 때문에 넘어서는 안 될 선에 가까워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퇴직한 형사가 남긴 마지막 보고서는 결국 독자를 향하고 경찰이라는 직함은 내려놓았지만 그는 범죄 피해자를 돕는 다음 역할을 준비하고 있고, 저자는 책의 인세 역시 피해자를 돕는 일에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범인을 잡는 사람'에서 '누군가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사람'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경계선 앞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절대 그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한 번 더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그 선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면 모른 척 지나가지 않고 손을 내밀어 주는 것. 어쩌면 그것이 4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가장 위험한 순간을 지켜본 형사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가장 현실적인 삶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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