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가치보다 "숫자로 환원될 수 있는 자원"이나 "수익 목표, 구체적 결과"에 치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을 위한 답을 도출해낼 수 없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는 문제는 대개 닫힌 문제가 아니라 열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열린 문제란, "스스로 경계를 정해야 하는 것들이며 참조할 수 있는 해결안 목록이 없는 것들이다."(p.17)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 사고' 내지 '디자인 씽킹'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흔히 디자인에 대해 가지는 생각의 오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을 예술적 활동으로만 한정"짓는 것이다. 쉽게 말해 디자인은 창조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나 미대생, 의류 디자이너 등이 하는 일이라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매우 편협한 생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디자인을 기술과 인간가치가 결합된 것으로 재정의한다.
우리 인간은 주요 소통 수단 가운데 기호를 중심으로 하는 언어적 수단, 감각의 영역을 활용하는 디자인적 수단으로 나누어 판별할 수 있다. 디자인사고는 당연히 후자를 "더 잘하기 위한 역량이고 프로세스며 방법이다"(p.41)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디자인 사고는 분석과 직관을 모두 활용하여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다."(p.61) 이러한 "디자인 사고는 역사적으로 아직 태동기로 볼 수 있으나, 인간중심 창조성의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새로운 사고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p.43)
디자인 사고는 단순한 스킬이라기보다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사고의 특성으로는 인간가치의 중시, 미래지향성, 행동지향성, 다양성 중시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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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디자인사고에 대한 정의에 따라,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에 대해서 설명한다(5장 이하). 우선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뒤(5장), 이어 총론적으로 직관(6장)과 시각화(7장)에 대해 살펴본다. 그런 다음, 각론으로 들어가, 디자인사고 프로세스의 각 단계, 즉 공감하기→정의하기→창조하기→경험하기를 차례로 이야기한다. 단순한 설명법이 아니다. 여러가지 차원으로 접근하며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 "디자인 사고는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IDEO가 활용해 개발한 수많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알려지게 된 창조방법론"(p.7)이라는데, 책 중에서는 이 회사의 이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 회사의 교육자료(?)나, 이 회사의 디자인사고에 대해 분석해놓은 저작물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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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고는 위에서 말했듯, 인간가치를 중심에 두고 출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본래적 성격상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때 "정부와 같은 거대한 기관이 주도하는 하향식(Top-down)이 아니라, 개인이나 법인 등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실생활 속에서 문제를 찾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라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디자인사고는 "방법론이든 과정이든 공유와 참여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개발된 디자인사고의 수많은 방법론을 일일이 열거하며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창조의 시대에, 학문이나 수치 따위의 이성적 접근으로 경영과 사회 문제의 돌파구를 모색해보려는 기존의 관습적 태도에 의문점을 그리며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이란 앞에서 말한 디자인사고다. 디자인사고가 왜 필요한지, 어떤 것인지를 소개해주는 책이라고 봄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사고는 책이나 지식으로 취득되는 'What형 지식'이 아니라, 철저히 몸으로 익히는 'How형 지식'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책이름도 '온몸으로 사고하기'다.
어찌보면, 디자인사고라는 것이 특별한 건 아니다. 인간에 내재된 감성과 잠재적 능력을 감각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좌뇌 위주의 반쪽짜리 교육으로 이 지순하고 인간 본질적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구획을 짓고 세분화해서 나누고 따져들어가는 한쪽 날개에 다른 쪽 날개를 달아줄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생각은 높이 또 멀리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다른 쪽 날개, 즉 디자인사고를 여러 면에서 그려나간다. 독자들은 아마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구겨진 한쪽 날개를 펼쳐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