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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냥님의 서재
  • 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 김홍 외
  • 12,600원 (10%700)
  • 2022-05-17
  • : 152
_야, 네가 그 사람한테 관심이 있네. 그러니까 아까부터 계속 그 얘기만 하지. 그거 네가 관심이 있다는 거야. 상처 주기 싫은 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_그리고 그거 아세요? 운이라는 놈이 한 번 찾아오잖아요. 그럼 그때부턴 삶이 제 의지랑 상관없이 직진해요. 운이 스스로 다할 때까지 멈춰지지가 않는 거예요.

_언니, 관종이 되려면 관종으로 불리는 걸 참고 견뎌야 해.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언니는 모르지? 한 가지 더 언니가 모르는 게 있어. 관종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언니는 몰라. 그걸 왜 모를까. 왜겠어. 언니가 꼰대라서 그런 거지.

_구가 음악을 그만뒀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 번도 그만둔 적 없는데, 구는 언제 그만둔 것일까. 나는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가길 바랐는데, 구는 언제부터 새로운 미래를 그린 것일까. 구와 내가 매일 함께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_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 그녀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서서 자신 쪽으로 돌아봐주길, 안타깝게 그녀를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 왜 자꾸 그런 간절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남겨두고 온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을 때는 자신이 남겨진 것 같기도 했다.

_여자가 왜 여자를 좋아하고, 남자로, 여자로 태어난 친구가 왜 다른 성별이 되고 싶어 하는지 그런 마음들을 자신은 온전히 몰랐던 것 같다고도 했다.


관종: 관심종자의 준말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사람들은 누구나 어느정도의 관종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관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직업이 될 수 있고, 나를 포기하지 않게 되는 힘이 되어주는 거 같다. 8개의 단편 속에 있는 자각각의 인생들이 작게는 내 바로 주변의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관심, 크게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관심들로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모자이크’. 속의 주인공, ‘젊은 근희의 행진’ 속의 북튜버 근희, ‘빛이 나지 않아요.’ 속의 해파리가 되고싶었던 지선씨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 누구보다 다른이의 관심이 필요해보였다.

단편 하나하나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라 읽는 내내 공감도 됐지만 한편으론 씁쓸했다. 취업이 힘든 청년, 고시원에 사는 히키코모리,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청년, 여고생에게 접근하는 학원선생님, 5.18의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 단편이라 가볍게 생각했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관종’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생각해 볼 단편집을 읽어볼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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