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있을 것 같은 제목이다.
결혼진술서는 이혼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정보를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어서 작가는 직접 책으로 남겨보기로 했다고 한다.
‘결혼진술서’는 간단히 말하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왜 이혼 결심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를 시간 순서로 쓰는 일종의 설명문이다.
가장 미칠 것 같을 때 가장 이성적인 글을 써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변호사를 내 논리로 설득할 수 있어야 판사들도 설득할 수 있으므로 감정은 뒤로한 채 독하게 마음을 다잡고 써야 한다.
"쓰면 쓸수록 폭로가 본질인 글이다. 이중의 딜레마다. 상대방을 탓하거나 결혼생활을 분석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해부해야 한다. 폭로의 대상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다. 그간 본인답지 않게 살아온 부분이나, 본인을 잃어버리고 산 것을 반성하고 도마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가감 없이 써고 도려내야 한다."
(P.121)
이러한 의미에서 결혼진술서는 이혼 이후 삶의 재건을 위해서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자기 결혼의 전모를 훤히 들여다본다는 점은 인생 전환기에 용기를 주는 진정한 자산이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써보는 일이 자신을 살리는 일이 되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작가는 이혼을 장려하거나 결혼의 부정적인 면을 들추려는 게 아니라,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더 폭넓은 시각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역설적으로 그래서 결혼에 관한 좋은 길잡이가 될 거라고 여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줄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문장에 역설이 들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작품은 불행한 가정들은 꽤 비슷한 이유로 불화를 빚으며, 이 불행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흘러간다고 말하고 있다.
결혼진술서를 써보거나 혹은 자신의 연애 과정을 돌아보며 불화를 만들어왔던 패턴이나 예측 가능한 불화를 만들어낼 소지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책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결혼생활이 들어있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썩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잘 읽혔고,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나에게도 혹시나 부부 사이의 풀리지 않는 갈등을 알아채게 되는 때가 온다면, 결혼진술서와 같은 글을 한번 써보는 것이 도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