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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trice1007님의 서재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필리프 반덴베르크
  • 8,100원 (10%450)
  • 2000-08-10
  • : 73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티칸에 잠복된 '폭탄'
- [미켈란젤로의 복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1993.


1.

"송형은 왜 종교 관련 책을 읽는 거요?"

동네에서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이진 선배가 물었을 때, 나는 바로 "이단" 때문이라 대답했다.

종교가 없는 내가 기독교 관련 책을 가끔 읽는 이유는, 수천년 동안 견고했던 지식의 성벽에 균열을 내는 온갖 의심과 기득권에 반하는 다른 지식에 관한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다. 중세의 밀교와 종교개혁, 근대의 과학과 유물론 등 가톨릭 기득권이 규정한 '이단'들은 바로 그 균열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세상 만물의 운동과 진화는 기득권에 도전하는 온갖 '이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최근 우연히 발견한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독일 저널리스트 필리프 반덴베르크(Philipp Vandenberg : 1941~)다.

필리프 반덴베르크는 독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다가 기자가 되었고 1973년에 [파라오의 저주]라는 소설로 작가가 되었다. 이후 저널리스트다운 현장조사와 문학 및 미술사 전공자다운 연구를 통해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기득권 주류 역사 속 이면의 이야기들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도에 번역된 반덴베르크는 21세기 초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2003)가 인기를 끌기 전 20세기에 수많은 '이단'들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로마 바티칸 교황청으로 상징되는 정통 가톨릭의 권위에 균열을 내는 반덴베르크의 작품으로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을 읽어보았다.


2.

"예언자들 중 가장 지식이 풍부한 '예레미아',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하고 있는 예언자, 이 '예레미아'가 문자들의 열쇠일 것이 분명했다... 
'아불라피아(ABULAFIA)' 하고 옐리넥은 읽었다. 그렇다. '아불라피아'는 교회가 저주를 내리고 있는 카발라 추종자의 이름이었다. 카발라는 12세기 중반쯤에 서부지방에서 생겨나서 그곳으로부터 에스파냐로, 나중에 이탈리아로 전파되었고, 교회에 무서운 손상을 입혔던 유대 밀교였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저주받은 이름>,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피렌체 출신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고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제단화를 그렸을 때, 일찍이 열네살부터 붓 대신 끌을 잡기로 결심했던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조각가인 본인에게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게 한 사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그는 신약성서를 그리라는 교황의 요청과 달리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창세기부터 아담과 이브의 창조와 추방, 노아의 대홍수 같은 구약성서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렸고 둘레를 그리스식 남녀 예언자들로 장식했다. 일반적으로 이것이 미켈란젤로의 세속적인 '복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덴베르크는 '미켈란젤로의 복수'라는 모티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2세기 유대 밀교 카발라와 신비주의를 덧입혀 가톨릭 교리 전체에 도전하는 거대한 프로그램을 역추적하여 구성해 낸다. 16세기 초에 작업한 시스티나 천장화가 복원 완료된 것이 1989년인데 그 과정에서 '지식'의 예언자 '예레미아'로부터 시작하여 알파벳 여덟 글자가 그림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처음에는 'A-I-F-A-L-U-B-A'로 알려진 이 기호 배열의 해석을 위해 교황청에서는 교리 담당 옐리넥 추기경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조직하는데, 바티칸의 비밀서고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서에 반하는 사실들이 드러난다.

연구 결과 동방의 예언자 '예레미아'는 본래 글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썼기에 문자의 배열은 뒤집어져야 했고, 그에 따라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숨겨져 있다가 복원 과정에서 발견된 '아이파루바(AIFALUBA)'는 사실 '아불라피아(ABULAFIA)'였으며, '아불라피아'는 13세기에 교황 니콜라우스 3세에 의해 화형당한 유대 카발라 신자였다는 것이다.

1978년도에 32일간 재위하고는 급사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비밀유품에서 발견한 미켈란젤로의 문서들 속에서 카발라 신비주의자 '아불라피아'의 기록을 발견한 교리(이념) 담당 옐리넥 추기경은 그 내용의 폭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한편, 바티칸의 정치적 실세인 국무 추기경과 경제적 실세인 재정담당 추기경은 '아불라피아'와 미켈란젤로가 알고 있던 비밀을 덮고 가톨릭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를 암살하기까지 한 바 있다. 믿거나 말거나 32일 교황인 요한 바오로 1세는 이 엄청난 '비밀'을 다루기 위해 종교회의를 소집한다는 발표 하루 전 선종했다는 것이다.
옐리넥 추기경이 안고 가려던 '폭탄'은 이미 바티칸이 2천년 동안 안고 있던 '진실'이었다.

"... 문서와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느님, 여기 씌어 있는 것이 사실일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니콜라우스 3세 교황이 감추고자 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러니까 미켈란젤로가 카발라 추종자들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청이 너무나도 두려워서 나치의 압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진실이었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가 신앙문제 종교회의를 열 계획을 세우게 만든 바로 그 진실이었다."
- [미켈란젤로의 복수], <다 이루었도다>, 필리프 반덴베르크, 1988.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유품에서 나온 미켈란젤로의 유품에서는 카발라 교도 '아불라피아'의 기록이 발견된다. 아불라피아는 이 기사를 통해 역시 카발라 교도 시몬 벤 예루킴이 예수의 시체를 옮겨 자신의 무덤에 매장하였는데 카발라교에서 예수의 시체를 훔친 이유가 예수의 신격화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또한 이 '진실'은 나치의 손에도 들어갔고 결국 바티칸이 나치 전범들의 남미 이주를 지원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단다.

원제가 [시스티나의 음모]인 반덴베르크의 이야기 [미켈란젤로의 복수](1988)는 또 다른 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로 이어진다.


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저서인)... [그림에 대하여]... 신적인 그림에 대한 암시... '그 모양은 독수리와 장미에 둘러싸인 곳, 가슴에는 비밀을 품고, 넉넉한 연단(녹을 방지하는 도료) 아래서 종려나무를 쓰러뜨릴 힘을 가진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미술사가들은 여러 세대가 지나도록 이 묘사가 뜻하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쓰다가 마지막에 이 그림이 사라졌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 사라졌다고 생각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은 실은 [장미원의 성모]였던 것이죠."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단테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1993)의 원제는 [제5복음서]다. 

내용은 전작 [미켈란젤로의 복수(시스티나의 음모)]와 이어지지 않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켈란젤로의 복수]는 옐리넥 추기경의 진실 추적이 액자식 구성처럼 예언자 '예레미아'를 자처하는 반신불구의 수도승의 이야기로서 전해지며, 화자인 '예레미아' 수사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아 진실 은폐를 위해 바티칸에 의해 감금된 옐리넥 추기경으로 암시된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제5복음서)]은 전혀 이어지지 않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그 소재와 주제는 동일하다.

미국의 독일 출신 비교문학자 마르크 포시우스 교수가 프랑스 파리의 박물관에 진열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장미원의 성모]에 황산을 뿌린 이유는 성모의 목에 처음 그려진 여덟 보석의 목걸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1999년에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에 숨겨진 문자를 알리기 위해 염산을 뿌린 페터 뎀프의 [보쉬의 비밀]처럼 20세기에는 명화들에 대한 의심에 찬 테러들이 횡행했던 것 같다. 

아무튼, 미술사 전공자답게 반덴베르크는 전작의 미켈란젤로에 이어 이번에는 미켈란젤로의 르네상스 라이벌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속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다룬다.

아마도 첫번째 [암굴의 성모]로 추정되는 그림 [장미원의 성모] 속 성모 마리아의 목에 원래 그려진 목걸이는 루비와 자수정 등 8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보석들의 첫 글자 배열은 또 하나의 이름을 지칭한다. 그 이름은 '바라바(Barabbas)'다. 성경에서는 빌라도 총독이  예수를 고발한 유대 랍비들에게 '나사렛 예수'와 폭도 '예수 바라바' 중 누구를 살릴 것인지 물었고 유대인들은 '복음서'에서 '강도' 또는 '폭도'로 부른 '바라바'를 살리고 '나사렛 예수'를 죽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유대 이름 '예수'는 흔했지만 여기서 예수와 바라바 모두 '예수'였던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에서도 이 '바라바'라는 역사속 유령같은 인물을 쫓아 바티칸의 대응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종횡무진하는 모험담까지 전개되지만, 오랜 '진실'을 담은 주제는 하나다.

"난외주석들에는 이 구절들이 나타난 여러 복음서의 장절들이 표시되어 있다고 보아야겠죠. 그러니까 '바라바(Barabbas)'는 이 '다섯번째 복음서'의 저자를 뜻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이 이름을 둘러싸고 있는 폭발력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바라바'라는 이름은 어떤 비밀스러운 의미를 감추고 있는게 분명해요. 그것은 일종의 '코드' 같아요. 오직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 말을 아는 거죠. 마치 놀라운 의미를 가진 비밀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것 말예요."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제5복음서>, 필리프 반덴베르크, 1993.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는 마가(마르코)-마태(매튜)-루가(루크)-요한(존)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쓴 예수의 생애인데, 마리아의 수태고지 및 예수의 수난과 처형, 그리고 부활을 전하는 기사들이다. 이들은 가톨릭 믿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서 신격화하는 사명을 담은 이야기들로서 예수 사후 수십년 지나서 씌어진 기록들이다.
그런데 단테는 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이어지던 천재들의 신비로운 비밀결사 '기사단'은 '바라바'라는 예수와 동시대 인물의 기록을 담은 양피지 문서를 토대로 또 하나의 복음서인 '제5복음서'를 계승하면서 전승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 '제5복음서'는 '4대 복음서'의 원본이다. 당대의 천재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 단테 사후 15년이나 지나서 첫 필사본이 나온 것이라든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성모 그림에 숨겨진 목걸이 등은 '제5복음서'의 저자이자 예수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바라바'의 존재와 그가 전하고자 했던 예수 이야기를 세상에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속 인물들의 모험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사실은, '제5복음서'의 저자인 '예수 바라바'는 '나사렛 예수'와 그의 아내 '막달라 마리아'의 '아들'이었다는 것인데, '바라바'가 '성혈'이자 '성배' 그 자체가 되는 이 '진실'은 가톨릭 권력의 상징인 바티칸이 2천년 간 은폐해야 했던 가장 무서운 잠복된 '폭탄'이기도 하다.

[제5복음서]를 통해 반덴베르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름아닌 '예수의 부활'은 거짓이며, 예수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진실'이었던 것이다.

***

1. [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1988),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2.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실 - 제5복음서의 숨겨진 비밀](1993), Philipp Vandenberg, 안인희 옮김, <한길사>, 2000.
3. [보쉬의 비밀(Das Geheimnis des Hieronymus Bosch)](1999), Peter Dempf, 정지인 옮김, <생각의 나무>, 2006.
4. [성혈과 성배](1982), 헨리 링컨/마이클 베이전트/리처드 레이 지음, 이정임/정미나 옮김, <자음과모음>, 2005.
5. [그리스도교의 기원](1908), 칼 카우츠키 지음, 이승무 옮김, <동연>,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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