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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의 서재
  •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 9,000원 (10%100)
  • 2016-09-09
  • : 2,717

수강생의 후기​

이분은, 요즈음 시를 쓰려는 저에게 손수 가르침을 주고 계신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시를 쓰려는 사람이 어떻게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지 몸소 본을 보이십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저는, 선생님 말씀을 단 한 자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항상 연필과 종이를 들고 다녔습니다. 강의가 쉬는 날이면 잘 깎은 연필과 종이를 들고 저물어가는 강에 다녀왔습니다.


수강생의 메모​

1.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

<어느날>

2.

먼 훗날

꽃이, 그런 빛깔의 꽃이

풀 그늘 속에 가려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찔레꽃>

3.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받아쓰다>

4.

새벽에 일어나

시를 쓰고, 쓴 시를 고쳐놓고 나갔다 와서

다시 고치고

베고니아, 아무도 못 본

그 외로움에

나는 물을 주었다.

<베고니아>

5.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 살았다.

글을 썼다.

<그동안>

6.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오래 한 생각>

7.

내가

저기 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시인>

8.

책을 외상으로 사 들고

서점 문을 나서서

한시간 오십분 동안 완행버스를 타고

책을 보다가

차에서 내려 삼십분 동안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낭만주의 시대>

9.

어제와 오늘 여러가지 일들이

작은 동산의 잎 진 나무들처럼 다가와서

모양 없이 뭉개져 흩어지는 뒤쪽을 나는 돌아보았다.

<익산역>

10.

김제 가서 할머니들에게 강연하였다.

살아온 날들을 확인시켜주었다.

<오래된 손>

11.

한줄의 글을 쓰고 나면

나는 다른 땅을 밟고 있었다.

<한줄로 살아보라>

12.

그러면 나는 꽝꽝 언 들을 헤매다 들어온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13.

내가 산 오늘을

생각하였다.

<아버지의 강가>

14.

쓸 때는 정신없어.

써놓고 읽어보면

내가 어떻게 이런 시를 썼지?

놀라다가, 며칠 후에 읽어보면

정말 싫다. 사는 것까지 싫어

당장 땅속으로 푹 꺼져버리거나

아무도 안 보는 산 뒤에 가서

천년을 얼어 있는 바위를 보듬고

얼어 죽고 싶다.

<사랑을 모르나보다>

15.

마당에 떨어져 얹힌 감나무 실가지 그림자들을

풀어주고

내 방에

반듯하게 앉아

시를 쓰다.

<포의>

16.

우리들은 마루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어떤 날은 거지가 우리 밥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었다.

<산문>

17.

나는 어제 시를 읽었네.

한편의 희미한 길 같은 시와

애초에 길이 없었던 한편의 시를.

<어제는 시를 읽었네>

수강생의 강의 만족도​

5점 /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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