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인 이 책은 솔직히 할인 쿠폰 등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한 책이다.
사놓고 책장에 방치되고 있다가 책장 파먹기에 돌입한 상태라 생각이 나서 꺼내보게 되었다. 에드
맥베인도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이름만 많이 친숙한 편이다. 특히 알고 보니 87분서 시리즈
첫 번째 책이 '경찰 혐오자'라고 하는데 이 책은 아직 보진 않았지만 여러 고전 미스터리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어 책 제목은 익숙한 상태였다. 확인해 보니 이 책이 87분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고
시리즈의 장편만 무려 55권이나 되니 정말 대단한 시리즈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을 먼저 보고 다른
작품도 찾아볼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사실 시리즈의 4권은 이 책과 마찬가지로 이미 구입해 대기
중이다).
우리도 원래는 마약청정국인 시절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마약이 남의 나라일이 아니게 되었다.
누구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약이 갑자기 대중화(?)된 상황이다 보니 이 책의 얘기도 완전히
우리와 무관한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목 매달아 자살한 것처럼 보이는 한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사실 소년이 마약 과용으로 사망한 게 밝혀지고 소년이 마약 밀매인으로 활동한 게 드러
나면서 마약과 관련된 사건으로 여겨진다. 주인공 격인 카렐라 형사는 소년과 마약거래를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인물들을 추궁한 끝네 '곤조'라는 이름을 알아내고 곤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87분서의 반장 피터 번스는 죽은 소년의 옆에서 발견된 주사기에 자신의 아들의 지문이 묻어
있다는 협박 전화를 받게 되고 아들을 추궁한 끝에 아들이 마약중독자임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는다.
성매매를 하는 소년의 누나마저 범인에게 살해당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지만
카렐라 형사가 곤조로 추정되는 소년을 찾아내 추격하면서 실마리를 발견하다. 그러나 카렐라 형사가
곤조를 잡으려다 오히려 총격을 당하고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1956년에 나온 책이다 보니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아 요즘의 경찰수사와는 아무래도 좀
거리가 있지만 그래서 더 낭만(?)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카렐라 형사가
허무하게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려서 처음 보는 87분서 시리즈가 바로 주인공이 바뀌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원래 에드 맥베인은 출판사와 세 권만 계약을 해서 이 책이 세 번째 책으로
끝날 수도 있어서 애거서 크리스티나 코넌 도일이 자신의 분신들을 죽이거나 죽이려 했던 그런 시도를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경찰물을 오래 끌고 가려면 아무래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시리즈의 매력은 역시나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인데 작가가 너무 파격적인 시도를
하려고 한 것 같다. 암튼 범인이 살인 동기는 좀 어이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는데 요즘도 뒷배만
믿고 설치는 인간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인간이 하는 짓들은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암튼 87분서 시리즈는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 작품이었는데 기회가 되면
'경찰혐오자'부터 차례로 시리즈를 독파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