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미스터리 스릴러물임에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을 때 과연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이상하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에 사용된 봉제인형이 왠지 유치한 느낌을 줘서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회사 도서실에서 빌려올 책을 고르던 중에 마땅한 책이 없어 고민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이 책을 데려왔다.
4년 전 27명을 죽인 방화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던 나기브 칼리드의 배심원 중 한 명인 사만다의 얘기로
시작해 4년 후에 벌어지는 봉제인형 살인사건으로 바로 넘어가는데 각기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 6개를
꿰매어 엽기적인 봉제인형처럼 만들었다고 책 제목이 이렇게 붙여졌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통해 충격적인 장면들을 많이 봤지만 이 책의 봉제인형도 역대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4년 전 나기브 칼리드 사건에서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광분해 피고인을 폭행했던 울프 형사가 사건
담당을 맡게 되는데 울프 형사는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얼굴 부분이 바로 나기브 칼리드의 것임을 알아
본다. 봉제인형이 발견된 장소 등으로 볼 때 범인이 자신을 겨낭해 저지른 것임을 직감한 울프 형사는
전처인 방송인 안드레아에게 봉제인형 시체사진과 함께 날짜가 각각 적힌 여섯 명의 명단이 보내진
것을 알게 되자 살생부임을 알고 첫 번째 주자인 레이먼드 에드가 턴블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바로 자기 눈 앞에서 담배를 피우려던 시장을 불타 죽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된다. 안드레아가 봉제
인형 살인사건과 살해될 예정인 사람들의 명단과 날짜를 보도하면서 더 궁지게 몰리게 된 울프 형사와
수사팀은 다음 대상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지만 신출귀몰하는 범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명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울프 형사는 명단 속 사람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면서 자신의 죽음도 점점 가까워져
옴을 느끼는데 설상가상으로 범인과 울프 형사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까지 드러나면서 수사에서 배제
되고 쫓기는 신세마저 된다.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고 예고 살인을 이어가는 범인의 정체와 울프 형사의
관계는 막판에 가서야 드러나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이 계기가 되어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해 더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는데 울프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후속 작품이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