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책 초반까지만해도 작가가 별로 알코올 중독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맞네...'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술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것 같다. '성인이면 뭐 매일 가볍게 한 두 잔 정도는 마실 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데, 그리고 엄청 취해서 블랙아웃 되거나 사고가 나거나 그런 정도가 아니고 다음날 살짝 숙취가 있을 정도라면 뭐...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 꽤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심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건 작가가 그동안 살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술로 회피하려 했다는 걸 고백하는 지점에서부터였다. 술에 취한채로는 중대한 문제를 논의하거나 결정할 수도, 심각하게 고민할수도 없는데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왜 자꾸만 술을 찾는 걸까?
문제는 중독이 가져오는 '마취' 효과 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은 그로부터 어떤 위안을 얻는다는 것인데, 그것이 영원한 안락일 순 없고 잠시 그럴듯하게 문제를 안보이는 곳에 치워놓을 뿐이다. 술이 깨고나면 달라진 건 없다. 아니 오히려 상황이 더 안좋아져있을 수도 있다.
작가 역시 그동안 수없이 금주를 결심하고 노력했다. 작심삼일을 한 백번쯤은 더 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확고한 결심을 내리고 100일을 목표로 금주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고통, 어려움, 유혹, 그리고 약간의 보람까지...마치 내가 작가인 것 처럼 생생히 느껴지게-하지만 너무 신랄하진 않게-표현해두어서 좋았다. 나는 알코올 중독은 아니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저마다 어딘가에 크고 작게 중독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