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 [전자책] 소년이 온다 : 한강 장편소설
• 한강
• 2014-05-19

이런 책인줄 몰랐다.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읽기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한참을 망설이고 다른 책을 뒤적이다가 간신히 용기를 내서 읽었을 거다. 아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화가 나고, 지금 막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져서 소리지르며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줄 알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거다. 난 그런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일상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웃고 떠들고 먹고 불평하고 짜증내는 순간들이 참 죄스러워진다. 내 속은 화로 가득 차서 현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지금도 그 일은 현실이다.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이 책을 덮고 새로운 책을 읽으려 하는데 그 어떤 책에도 손이 가질 않는다. 깊은 슬픔과 화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이렇게 책 한 권 덮는 걸로 한순간에 벗어나버리면 이 또한 부끄럽고 면목없는 일인 것 같다. 이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