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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님의 서재
  • 불씨
  • 다드래기
  • 14,400원 (10%800)
  • 2024-05-17
  • : 618

부마민주항쟁을 담은 만화책 『불씨』를 읽었다. 생각해보면 부마민주항쟁이란 이름만 알지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다. 있더라도 기억 못 하는 상태. 내가 수능 볼 때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었는데, 삼국시대와 조선시대를 공부한 정도에 비하면 근현대사는 훑어본 수준에 그친다. 그 이후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봤지만, 그 또한 옛날 일이 되어버렸고. 시험만을 위해 공부하다보니 늘 이런 결말이구나, 아쉬워할 무렵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의 『불씨』를 알게 되었다.


부산의 고등학생 윤은미와 마산 수출자유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유진숙의 펜팔을 중심으로 부산과 마산에서의 민주화운동을 보여주는 『불씨』는 1부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을, 다음 2~8부에서는 그 전부터 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투쟁해온 시민들을 보여준다. 1961년부터 1979년까지,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폭정을 일삼던 박정희의 만행과 함께 그 시간을 생생하게 겪었을 사람들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뭐든 꼬투리 잡히면 억울한 일이 많은 세상이다.”

『씨알의 소리』를 읽는 은미에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표지를 씌워주는 민정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글을 쓰는지 검열받던 시절. 부당 폐업으로 해고당해 시위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강제 진압하는 경찰, 들끓는 거리와 조용한 신문. 지금으로부터 겨우 45년 전 일들이지만,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내 기대보다 소극적이란 걸 알게 돼서 그럴까, 과연 나에게 지금의 사회를 누릴 자격이란 게 존재할런지 의구심마저 든다. 늘 쉽고 편한, 어쩌면 이기적인 선택 쪽으로 몸이 쏠려있는 현대인에게, 당신 또한 타인의 희생 덕에 어엿하게 자라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했다. 만화라서 금방 읽었지만, 오래오래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무엇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진심이든 독재의 사슬을 끊어낸 것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것임에는 틀림없다. (…) 고개를 넘었다고 천국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 혹독한 시간을 거쳐 억울한 형을 살아야 했던 사람도 있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재자의 그늘에서 자라난 독버섯처럼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학살을 마다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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