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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님의 서재
  •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 17,820원 (10%990)
  • 2021-11-22
  • : 15,79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는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인 그래픽노블이다. 원작 『사피엔스』를 그림으로 설명하니 확실히 재미있고, 원작을 안 읽은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화 속 만화나 팸플릿, 인터뷰 형식의 페이지들도 중간중간 섞여 있어 노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유발 하라리는 원작 『사피엔스』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책으로 쓰고 싶었다는데, 그래픽 히스토리는 그런 그의 바람과 잘 맞는 듯하다.

 

Vol.2는 원작 『사피엔스』의 2부였던 농업혁명을 다루고 있다. 그의 주장은 논쟁적이면서도 흥미로운데,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았던 삶을 떠나왔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서 농업혁명 이후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배웠다. 정착 생활을 하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매지 않고, 대가족을 형성하는 것이 고도의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이 모든 게 밀의 계략이라고 말한다.

 

농업혁명 이후 먹을 게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단점도 분명했다. 농사를 지을 일손을 늘리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다 보니 먹일 입이 늘어났다. 마을을 이루고 살다 보니 전염병이 퍼지기 쉬운 환경이 됐다. 1년 내내 일을 해도 정작 배가 부른 사람들은 소수였고, 나머지는 적은 양의 곡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계급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은 노예 제도를 신이 정해놓은 것으로, 본성으로, 또는 과학적 사실로 포장했다. 이는 긴 시간 동안 사회에 남아 흑인과 여성이 백인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 사회가 허구, 즉 ‘상상의 질서’ 위에 건설되었다고 말한다. 법, 인권, 신, 국가, 기업, 돈은 모두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상상 속에 존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믿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질서는 유지된다. 이 말은 옳지 않은 질서일지라도 믿어야 한다(혹은 믿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올바른 균형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그렇게 해왔다. 여전히 불평등한 세상이지만 가부장제에서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탈가부장제가 더 옳다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현실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이야기를 바꿀 힘을 가지자는 결말이 마음에 든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전쟁과 평화 사이에 적당한 균형은 없어. 평화는 두 부족이 합의해야 하지만 전쟁은 한 부족이 일으키면 그만이니까.- P30
우리는 모두 어떤 상상의 질서를 믿어요. 그게 객관적으로 사실이라서가 아니에요, 절대로! 우리가 그것을 믿으면 협력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P100
모든 인간은 죽은 사람들의 꿈 안에서 살아요. 인간은 조상들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태어나고, 누구도 여기서 도망칠 수 없어요.-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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