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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님의 서재
  •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
  • 박주경
  • 13,320원 (10%740)
  • 2021-10-20
  • : 122

코로나가 터지고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뀐 덕에 자취나 통학을 할 필요가 없었고, 외출하기 귀찮은 날엔 확진자 수를 핑계로 약속을 취소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집순이었던 나는 세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에 우울하곤 했는데, 모두가 각자의 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안심이됐다. 우스갯소리로 나만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며 기세등등한 적도 있다.

 

그러다 선을 넘었다. 방역복을 벗는 게 힘들어 물도 못 마시고 일하는 의료진, 매일매일 거리두기가 무색한출퇴근길에 올라야 했던 직장인, 늘어난 업무를 해치우느라 쉴 새 없이 뛰어야 했던 택배 기사 등, 팬데믹 속에서 살기 위해 버텨야 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내가 졸업할 때까지만 코로나가 유지되길 바랐다.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를 읽으며 깨달았다. 지난 2년간 내가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상의 소리를 꺼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구원이었을 때』는 지난 시간 현실을 직시해온 KBS 소속 기자이자 앵커인 박주경 작가의 기록이다. 책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가 골고루 실려있으며, 그 일을 맞닥뜨렸을 때 저자가 느낀 인간적인 감정 또한 담겨있다. 어떤 책인지 가늠하지 않고 읽었는데, 5분이 채 안 되어 눈물이 흘렀다. 1장 ‘인간의 시간’에는 불이 난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이웃을 구한 알리 씨, 홍수로 잠긴 지역에 가장 먼저 달려가 자원봉사를 하는 철원, 정선, 강릉의 주민들 등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책은 4장에 걸쳐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범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사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장이었다. 힘든 시기임에도 힘을 모아 서로를 다독이던 사람들을 만나며 내 삶의 방향키를 다시 조정했다. 세상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참된 반성은 그 반성으로 인해 주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하는 것이다."- P77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흔히 그렇게 불리는 착한 사람들은 사실은 법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호해줄법조차 없다면 어디 생존 자체가 되겠는가? 그토록 순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이토록 험한 정글 세계에서 말이다.- P88
예전부터 인간은 날씨를 지켜보면서 미래를 예측하고는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날씨의 분노를 지켜보면서 과거의 업보를 기억하게 될것이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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