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평. 이 책은 동네책방 고***에서 구입했다.(좀 뻔뻔하지만 알라딘에서 책 많이 사니 양심에 걸리진 않는다. 후후)
소설을 읽을 때 탄탄한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쓰릴 넘치는 속도감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달달하고 따뜻한 감성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는 섬세하게 자아내 촘촘하게 엮은 문장들을 즐기는 편이다. 굳이 말하자면, 서사의 짜임새(그게 어떤 형태가 됐건)는 20% 감각을 자극하는 문장은 80% 정도 중점을 두며 읽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인지 존 가드너가 작법서에 써놓은 말들이 생각났다.
(문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작법서를 종종 읽긴 하지만, 그의 지침들이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수전 손택과 몇몇 여성 작가들에 대해 -대놓고 혹은 아닌척 은근슬쩍-한 말들을 생각해보면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을 끝까지 숨기는 건 비겁한 짓이다."
"언어 감각이 너무 뛰어난 작가는 오히려 장편소설에는 부적합하다."
이 소설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싸그리 무시한 책이다. 하지만 매우 내 취향이었다.
나처럼 경우엔 언어 감각을 타고난 작가가 쓰는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책이다. 좀 거슬리는 비문은 있었지만, 뭐 비문과 오타야 독자 모니터링까지 거친 책들에서도 종종 발견되니...
어쨌든 이 책을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 마이클 커닝햄의 전작들도 탐이 날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죄다 절판. 결국 중고로 하나 구해서 읽었다. 그 책은 <휘트먼의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19세기, 21세기, SF적 상상력이 가미된 미래사회가 배경인, 남자, 여자, 소년 한 명이 등장하는 중편 3편을 묶어놓은 책이었다. 19세기를 다룬 '기계 속에서'의 중간부분 정도까지만 내 취향이고 뒤의 두 편은 읽긴 읽었으나 그냥 그랬다. 전작 중에 <디 아워스> 같은 느낌의 책이 있다면 개정판이 나오길 바란다. 여행기는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