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 윤기붕 거사의 저서 <있는 그대로 완전한 깨달음>은 현대 재가 불교 수행자의 눈으로 돈오(頓悟)와 보림(保任)의 여정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선(禪) 수행 지침서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극심한 구도의 고통과 이를 단박에 타파한 돈오(단박 깨침)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모든 정신적 고통은 개별적인 '생각'이 지어낸 허상이며, 우주의 만물과 현상은 본래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법'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은 지금 이 모습 이대로 이미 완전한 부처이며, 무언가를 더 얻거나 도달해야 할 목표가 없음을 역설한다.
단박에 깨친 후, 일상 속에서 닦는 바 없이 닦아 나가며 깨달음을 삶에 안착시키는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전통적인 간화선(화두선)이나 출가 위주의 수행 틀을 깨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중도 문득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돈법(頓法)'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이하게도 '더 노력해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종교적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미 완전하니 구하지 마라"는 직설을 던져 즉각적인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
자살 직전의 위기에서 깨달음으로 전환된 저자의 생생한 체험담을 전면에 배치하여 몰입케 한다.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기보다 "지금 이대로가 부처"라는 결론을 바로 들이미는 선가(禪家) 특유의 언어적 타격이 몽둥이처럼 내리꽂는다.
그러나 수행의 단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독자에게는, 자칫 게으른 허무주의나 자기 합리화(야호선, 口頭禪)에 빠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 그 자체의 온전함'을 선언하며 현대인의 고질적인 결핍감과 성취 압박을 단박에 내려놓게 만드는 힘을 지닌, 현대 한국 선(禪) 어록의 개성 있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