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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 건축 기행
- 천경환
- 18,000원 (10%↓
1,000) - 2026-03-03
: 1,055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기록입니다.
20대에는 강남의 화려함을 사랑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건물들, 누가 더 화려한가 내기라도 하듯 뽐내는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지곤 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화려함보다는 단아함이, 정겨움과 소박함이 더 마음을 끕니다. 스카이라인을 가로막는 고층 빌딩보다는 나지막한 단층 건물이, 주변 풍경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에 자꾸만 시선이 머뭅니다. 강남보다 강북을 선호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길, 북촌
저는 궁궐 산책을 즐깁니다. 서울의 5대 궁궐 중에서도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을 좋아하는데, 그 두 궁 사이에 자리한 북촌을 사랑하게 된 건 운명이랄까요? 이곳의 한옥들이 비록 전통 양식 그대로는 아닌 '도시형 한옥'일지라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정겨움은 변함이 없습니다.
북촌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늘 같은 얼굴인 듯해도 날씨와 계절, 시간에 따라 살짝씩 변하는 그 미묘한 표정들이 매번 새로운 인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인파로 북적이는 주말과 고즈넉한 평일의 공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적함과 평온함 속에 머물 때 비로소 북촌의 진짜 매력이 온전히 드러나는 듯합니다.
건축가의 눈으로 다시 본 익숙한 공간
천경환 건축가의 글을 따라 기억과 눈으로 다시 한번 북촌을 걷습니다. 원서동, 안국동, 계동, 삼청동, 가회동…. 무심코 스쳐 지났던 건물들이 품은 이야기를 읽고 나니 마치 눈이 새로 떠지는 기분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옛 기무사 건물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 건물이 견뎌온 시간과 역사가 겹쳐 보이며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창덕궁 옆 공간사옥을 읽으며 설계자 김수근 건축가를 떠올립니다. 인간을 살리는 건축(공간사옥)과 죽이는 건축(남영동 대공분실) 사이의 아이러니. 성혜나 작가의 '구의 집'이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시대적 아픔이기도 합니다.
창덕궁과 공간사옥을 지나 북촌 초입까지
건축 여행자의 눈으로, 북촌 미술관 탐방
느긋하게, 계동길 골목 산책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삶의 기록
책에서 소개하는 19곳의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세상 그 어떤 건물도 그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법은 없습니다. 그곳을 드나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이 페이스트리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을 뿐이죠.
북촌의 건축물을 툭 건드렸을 뿐인데, 그 안에서 줄줄이 딸려 나오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무대인 공간.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누군가의 미래에 가 닿아 있겠지요. 책을 덮으며 그 신비로운 연결 고리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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