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다
조혜진 2026/01/0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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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었다
- 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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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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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넘어가렴. 알았지?”
나는 피해자이면서 방관자인 동시에 가해자였다.
“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있었다.
다시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성추행이 있었다.
티 내지 말고 적당히 넘어가란 암묵적 강요가 있었다.
피해자가 방관자가 되게 만드는 시스템이 있었다.
추한 욕망이 있었다.
“없었다.”
참 어른이 없었다.
육체뿐 아니라 마음을 보듬는 사람이 없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가 없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다.
차오름보육원, 열 몇 명의 아이들.
그리고 성추행.
뉴스 보도 후 가해자는 구속되고
보육원은 폐쇄됐다.
이것으로 사건은 해결되는 것이라고,
역시 사회 정의는 살아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데… 정말일까?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사건 이후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주던 보육원이 폐쇄되면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던 청이는 다섯 살 연이와 떨어질 수 없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자신에게 온 연이.
연이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청이였다.
언론과 세간의 관심은 사건에 초점을 둔다.
사건 이후에 아이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우리의 사회는 더욱 문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하는 것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교육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지만,
일어난 이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 초점을 맞춘다.
사건 이후의 아이들의 삶.
어쩌면 아이들에겐 지금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과거를 마주해야 하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방관자가 되어야만 했던 비겁한 자신을 마주할 시간.
진실 앞에 자신을 세워야 하는 시간.
청이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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