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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노르
  • 편지의 말들
  • 윤성희
  • 12,600원 (10%↓700)
  • 2026-09-04
  • : 1,085
<편지의 말들> 윤성희 지음

편지가 고마울 때가 있다. 과거의 인물들이 남긴 편지는 종종 그들 사이의 관계와 정동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옛 작가들의 교류를 헤아릴 때 편지만큼 신뢰할 만한 자료도 드물고, 그런 자료가 독자에게 작품 읽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북 마케터에게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귀중한 자료인 “편지”.

물론 지금은 종이로 쓴 편지의 자리를 이메일이 대신하고 있지만, 오늘날 유명한 이들의 이메일이 사후에 공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어떤 sns 글은 날것에 더 가까워 신빙성이 더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sns 대부분의 글은 그 성격 자체가 마음을 특정인에게만 고이 접어 보내는 느낌보다는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에 가깝다. sns를 자주하는 나같은 경우도 일대일 관계의 내밀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 있다. 그래서 편지가 주는 느낌이 뜻밖에 새로울 때가 있다. (실제로 최근 만드는 책의 “들어가며” 글을 한명의 독자만 생각하며 서간체로 바꾸기도 했다. 그랬더니 글이 훨씬 나아진 것 같았다) 뭔가 더 친밀하고 나에게 직접 와닿는 따뜻함이 편지엔 분명 있으니까.

내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는 유명인들의 편지글을 인용하며 쓴 에세이집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이 왔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책장을 펼치면 각 잡힌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 페이지에는 저자가 엄선한 편지의 발췌가 적혀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 문장을 둘러싼 배경과 저자의 섬세한 해설이 정갈하게 정렬되어 있다. (글밥 수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

모두 100개의 글이다. 짧지만 단단한 문장들을 완성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오랜시간 오로지 “편지”라는 화두만 생각하고, 관련 책을 읽고, 고르고, 고뇌했을지 가늠해보니 정말 그 성실함과 편지를 향한 ”진심“에 놀라웠다. 이 책의 카피에도 진심이 나온다.

“모든 생의 이면에는 한 통의 진심이 있다”

진심이라는 말... 사실 난 부담스러운데, 그 말을 생으로 삶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있긴 있더라. 저자처럼.

사실 이 책은 어느 페이지를 무작위로 펼쳐 읽어도 좋지만, 나에겐 소장용이었다. 그래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나중에 특정한 인물의 편을 다시 찾아보고 싶을 때 곧바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목차가 인물별 색인 대신 단순한 구성 페이지 번호만 적혀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이 하나 있다. 책을 읽을 때 나만의 인덱스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가며, 표시해 두는 거다.

#편지의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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