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의서재에서 출간 된 <<프루스트의 질문>>은 프루스트가 어느 질문 게임에 적은 답들이 적힌 노트이다. 어릴 때 재미 삼아 했던 앙케이트 처럼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질문들을 만난다. 독자들은 '나'에 대한 질문에 답을 적어 내려가며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887년 어느 날, 프루스트의 학급 동료인 앙투아네트 포르가 가정교사로부터 아라베스크 무늬가 박힌 작고 빨간 가죽 앨범을 선물 받는다. 프루스트는 친구 앙투아네트가 가져온 ‘고백Confessions’이라는 글자가 찍힌 앨범의 질문들에 조심스럽게 답을 적는다.
<<프루스트의 질문>>에 적힌 질문들을 따라 지난 일주일간 적어내려간 나의 대답들을 함께 올려본다. 답을 적을 당시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솔직하게 답을 하다보니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만의 답을 쓰게된다.






나의 답뿐 아니라 푸르스트가 직접 달았던 답과 유명 인사들이 답을 한 것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어떤 질문에는 짧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느껴지는 답을 목격하기도 한다.
Q18. 가장 큰 비참함은?
A : 두려움 속에 사는 것 (데이비드 보위)
A : 인종차별과 빈곤 (레이 찰스)
프루스트는 23번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Q23. 당신의 가장 결정적인 단점은?
A:무지, 원하지 못하는 것.
프루스트의 작품들을 읽으며 그의 예술에 대한 조예와 사회 현상들에 대한 관심, 연구에 감탄을 했었는데 자신이 꼽은 단점이 ‘무지’라니. 그리고 그토록 많이 욕망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가 ‘원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답을 적었다니. “작품과 작가를 동일시 하지 말라”고 했던 프루스트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욕망하면서도 실제로는 마음 놓고 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두 가지 반대되는 질문에 같은 답을 달아놓은 움베르토 에코의 그것도 인상 깊다. 그에게 정적은 때로는 가장 편한 상태이기도, 때로는 가장 불편한 상태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질문과 답을 보며 삶의 다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Q32. 가장 좋아하는 소리, 소음은?
Q33. 가장 싫어하는 소리, 소음은?
A : 정적

단순하지만, 평소에 스스로 생각해보거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는 오가기 어려운 질문들을 마주하며 독자들은 현재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새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다이어리 북은 같은 질문에 여러 번 답을 기록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몇년 후에 다시 펼쳐 내가 남겼던 답을 읽어보고, 그 아래에 또 새로운 답을 적어 본다면 부제 <감정과 취향의 보관 앨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솔직한 감정과 취향이 차곡차곡 쌓여 소중한 한 권의 앨범이 될 것이다.
1년 후, 5년 후의 나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펼쳐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