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출석번호는 남자가 1번, 여자가 41번부터 시작한다. 사물함도 위쪽은 남자, 아래쪽은 여자. 주민등록번호도 남자는 1, 여자는2. 여자가 앞번호가 오면 안되는 것일까? 정말 단순희 편의를 위해서만 남자에게 앞 번호를 주는 것일까? 우리 생활 깊숙이 이러한 ‘남자먼저’가 스며들어있다. 누군가는 이게 뭐어때서 라는 생각으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잘못됨을 인식한다. 잘못됨을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변화를 위한 시작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성평등에 관한 교육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그 효과가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초등4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몇 차시 분량으로 양성평등에 대해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전 부터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 한 번쯤 일상생활을 하며 있어볼 듯 했던 생활 동화 여러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귀여운 삽화와 함께 구성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모든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큰 것은 아니다’ 같은 문장과 우리가 평소 자주 했던 말을 통해 성차별 요소를 찾아 고치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차별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고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다만 나는 이 책 속<그건 하면 안되는 장난이었어>라는 동화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단순히 아이스께끼가 하면 안되는 ‘장난’일까? 성추행을 기분 나쁜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듯하여 멈칫하였다. 성추행은 범죄다. 어린 아이들은 흡수력이 좋다. 동화 속 제목이 아이스께끼를 장난으로 표현했다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할 확률이 높다.
동화 속 남학생은 소위 말해 ‘기가 센’ 여학생을 기죽이기 위하여 아이스께끼를 한다. 이 여학생은 아이스께끼를 당하고 눈물을 흘리고 부끄러워하며 뛰어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여자는 남자보다 기가 세면 안되는 것일까? 왜 여자는 자신만의 뚜렷한 기준을 가지면 안되는 것일까? 성폭력의 피해자는 항상 울고 부끄러워 도망가야할까?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하면 부끄러워하고 숨는 것이 아이들에게 당연한 장면이 될까봐 두렵다. 또한 다른 챕터는 동화 뒤에 관련 질문이나 개별활동을 제시하여 작성할 수 있는 반면 이 챕터는 끝나고 사후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이에게 젠더감수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 하나하나 고려해야한다.
이 책이 학생들에게 젠더감수성을 심어주고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