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운동화살 돈 없이, 끼니떼울 밥 없이 복지관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정인이,
수학여행 갈 돈 없이 햄버거 아르바이트로 시급 9160원을 벌어야 하는 15살짜리 정인이,
할머니를 도와 킬로그램당 150원짜리 폐지를 주워야 하는 정인이,
정인이는 모두 같은 정인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아니 우리가 어쩌면 외면하고 싶어 외면하는 그런 소외된 아이다.
그런 어둠 속에 빠져있는 아이에게 황금 눈의 검은고양이 '헬렐'이 나타난다.
헬렐은 정인이를 탐욕으로 유혹한다. 하지만 그 탐욕은 평범한 가정의 아이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처우다. 헬렐과 정인이의 옥신각신하는 대화가 나를 소설 속의 쓰레기장 옆으로, 정인이의 집으로. 혹은 헬렐의 세상으로 오롯이 스며들게 했다.
헬렐은 어둠 속에 빠져있는 정인이를 시험에 들게 한다. 하지만 정인이는 마음까지 어둠으로 물들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다시 올라간다. 아니 아직 불펜에 있다. 인생 9회 말 2아웃까지 모르는 거다. 정인이는 할머니와 재우와 코치님과 복지관 선생님과 온 세상과 함께 할 것이다.
우연히 서평단을 신청해서 읽게 된 나혜림 작가의 클로버는 정말 내게도 찐 행운이다.
글의 흡입력이며 상상력, 그리고 솔직하고 덤덤한 문체가 내 어린 시절의 작은 아이를 깨운다.
내 작은 아이에게 소중하게 안부를 물어봐 주니 나도 검은 고양이 헬렐에게 유혹당했다.
정인이에게 나이키운동화를 사주는 김지은 사회복지사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심해보다도 깊고 은하계보다도 높고 어머니 품보다도 넓지 않을까.
정말 감동적이고도 환상적인 영화를 본 것 같다.
헬렐이 펼쳐준 하얀문 너머의 세상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매혹적이고 신비하다. 우리가 꿈꾸던 세상을 보여준다.
특히 검은 고양이이며 악마인 헬렐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매력적인 악마가 나를 계속 회유하고 있다. 츤데레 악마라,, 묘한매력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스크린의 세상이며, 배우들도 상상해 보게 된다. 어쩐지
완득이에 이은 대작 타는 냄새가 난다. 어떻게 이제야 이런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작가님에게 찾아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