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순간에 장애인이 된 그녀의 삶에 일어난 좌절과 슬픔, 희망과 용기를 담담하게 때로는 가족과 함께 쾌활하게 보여준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도 많지만 차별도 많다. 급속도로 고속성장한 나라에서 도태가 되면 정말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하지만 작가는 시작부터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희망과 용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 전용 편의 시설의 부재와 인식, 키오스크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을 때도 그녀는 도전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도움을 받으면 나도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작가는 동정과 공감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그저 불쌍하게 보이는 동정은 받기 싫고 온 마음으로 안아주는 공감을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아직 살기 좋은 이유는 값싼 동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을 하는 사람이 주위에 분명 있기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저 오늘 옆 사람에게, 아니 가족에게 조금의 공감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그녀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 겪은 경험과 말은 비장애인이든 장애인이든 우리에게 주옥같다. 그녀의 인생이 조개 속의 진주처럼 밝게 빛나는 것은 그녀가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수없이 좌절하고 수 없이 휠체어에서 떨어져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인생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무엇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를 본다. 희망이 하나의 색깔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보여준다. 다양한 삶이 있고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귀중한 인생이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편하게 않아서 또는 누워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삶을 더없이 치열하게 살았고,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작가를 보면 안네의 일기가 떠오른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고,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찾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박혜정 작가의 책은 그 인생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작가는 휠체어 타는 여행가이며 여행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24번의 해외여행으로 20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에 늘 목말라 있는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행했다. 그녀가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여행의 설렘과 기쁨에서 나온다.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대로 떠나고 실행했다. 휠체어를 타고 홀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여행은 그녀를 살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는 모험을 떠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작가가 글자 하나하나를 쓰기까지 수 많은 좌절과 절망, 공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때문이다. 닭똥 같은 눈물? 이 떨어지기도 했다.
몸이 조금 아프다고 재활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그저 군대 탓만 하고, 군대 득을 보려고 하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는 박혜정 작가의 글을 느끼면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우리도 모두 한순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나의 아버지도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되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는 모두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같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소설책이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런 길고도 험한 인생을 생각해 보았을 때 박혜정 작가의 책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 크다. 그에 대한 해답은 오로지 독자에게 돌린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일단 하고 보자!
인생 뭐 없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거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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