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남편 ]
모드 방튀라 지음 / 이세욱 옮김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총 17년이나 되었습니다.
연애 기간이 짧지는 않았지만 장거리 연애가 길었기에 그래도 그때는 나름 설렜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한다면 서로가 좋겠다 싶었고, 예식까지 속전속결로 해치워버렸어요. 결혼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아이가 생겼고 임신, 출산, 육아가 몰아닥치니 신혼의 설렘이나 풋풋함보다는 동지애가 더 깊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소개해 드릴 책 [내 남편] 속 여주인공의 마음이 쉽게 공감 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은 15년 결혼생활을 남편 바라기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일기 같은 이야기라고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로 총 7챕터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그녀의 남편에 대한 집요한 사랑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내 남편과 사랑에 빠져 있다.]라는 첫 문장으로 책은 시작하니 '아~ 신혼인가 보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어쩜 15년이 되었다네요. 애도 둘이나 있는데 저렇게 남편을 사랑할 수가 있다니 저에게는 잊힌지 오래된 감정이라 질투와 의아함이 섞인 마음을 다잡고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아내라는 여자가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내면은 남편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복잡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읽다 보니 이 여자 이해도 안 되고 공감도 안됩니다. 뭔가 이건 그냥 집착이고 병인 듯해서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아내는 남편의 모든 행동과 말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분석합니다.
잠이 들고, 일어나고 다시 잠들 때까지 그녀의 모든 관심은 남편에게만 쏠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그의 행동과 표정을 끊임없이 주시하지만 늘 불안해하죠.
그가 자신을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것만 같고, 바람을 피우는 것 같고,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항상 비교해가며 남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그의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지 의심하고 또 의심합니다.
우편함 열쇠를 복사해 모든 우편물들을 확인한다거나, 그의 이메일과 가방을 뒤져보기도 합니다.
증거 따윈 없어요. 하지만 불안이 사라지진 않지요.
한번은 남편이 자신을 과일 중에 귤에 비유하자 절망합니다. 왜 하필 흔하디흔한 귤인지, 좀 더 고급스러운 과일은 안되는지 생각하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는데 읽다가 이 여자 정말 피곤하게 사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정서적 에너지를 남편에게만 쏟아부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돌봐주지 생각했는데 역시나 자녀들에게는 별 관심과 애정이 없는듯하네요.
일반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책 심리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
사랑과 집착,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여성의 심리가 잘 그려져 있고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어마어마한 반전도 함께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관심, 사랑, 관심, 집착 모두 한 끗 차이인듯해요. 그 경계를 잘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고 말이죠.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귤 스토리가 갑자기 생각나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자기야 나를 보면 어떤 과일이 떠올라? 그랬더니 남편 왈 "두리안? 이랍니다.
'어머 고급 진 과일이네'라고 흐뭇해하며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물었더니 사라져가는 목소리로 "몸매가...."라고 하더군요. 하아......
저는 앞으로의 제 결혼생활을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찌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