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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있는 서재
  • 아일랜드 캠프힐
  • 김진희
  • 11,700원 (10%650)
  • 2011-12-05
  • : 40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권해주면 딱 좋을까?  

내가 읽은 책은 1차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일단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남은 건 누구에게 권해주면 이 책이 주는 울림을 크게 느끼고 가슴에 담고 감동을 느끼며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일단 단어를 고르고 배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김진희라는 글쓴이가 그런 문체를 가졌는지 이 발리베이라는 캠프힐의 이야기를 쓰려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암튼 24살짜리에 대한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사유의 방향과 글솜씨는 맘에 든다. 맘에 드니 하룻만에 푹 빠져서 다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스물 네 살짜리는 아마 사람을 대할 때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만나는 사람인 것 같다. 함부로 세상이 쓰는 단어를 갖다가 붙이지 않고 이런 저런 평가를 하면서 말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자기 감상에 빠져서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유형은 아닌 듯 싶다. 하루에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곳에 다녀온 듯한데도 최대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관적 감정에 따른 감정단어의 나열보다는 거기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을 '돕고' 왔다기 보다는 '만나고' 온 것임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이름없는 모나한의 캠프힐 운동의 하나로 지어진 발리베이에서 겉은 멀쩡해도 두려움과 조마조마한 맘으로 하루 죙일 졸졸 따라다녀야 하는 여러 사람들을 돌보다 온 사람만이 늘어놓을 수 있는 영웅담같은 것을 펼치지 않고 있다. 단지 거기서 앨런과 폴과 오웬을 만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는지 헤어지기 직전까지의 다큐같은 느낌이다. 간단하게 이야~ 이랬겠구나, 저랬겠구나 할 수 없게 하는 이야기.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부정감정과 긍정감정을 다아 맛볼 수 있는 곳.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하기보단 다큐같은 심심하고 지루하고 별 게 없는 일상이 펼쳐지는 곳. 정말 봉사자와 주민 사이의 경계를 느끼지 않고 함께 살다 오게 되는 곳. 사람이 다양하다는 게 그 깊이나 종류가 얼마나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절감하게 하는 곳.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곳. 찰라의 감동과 기쁨으로 기나긴 지루함과 고통을 겪을 힘을 주는 곳. 내 판단이나 의지나 의도가 사실 별 소용이 없는 곳. 뭘 해도 되는 곳. 어떤 사람이 거길 갔는냐에 따라 들고 나오는 것이 천차만별일 것 같은 ...

 

그렇다면 이 책은 누가 읽더라도 각기 다른 자기만의 것을 하나씩은 쥐게 될 것 같다. 어떤 책도 다 그러하겠지만. 싱겁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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