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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duek님의 서재
  • 땡큐! 스타벅스
  • 마이클 게이츠 길
  • 10,800원 (10%600)
  • 2009-02-02
  • : 683

나는 보통 서점에 앉아 책 한권을 일독하는 '무례'한-이것은 서점에 대한 무례가 아니라 매우 주관적인 내 기준에서의 책에 대한 무례임을 먼저 밝힌다.나는 좋은 책은 무조건!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전신으로 몰입하여 읽어야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일은 하지 않지만, 이 책은 어쩌다보니, 정말 의도치 않게 책을 넘긴 그 자리에 서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시작은 이랬다.제목에서 부터 스타벅스의 홍보성 글이 아닐까,영화화가 된다니 스타벅스는 과연 얼마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할 수 있을까,아이 엠 샘의 두번째 시리즈 정도일까?라고 생각한 나는 누가 쓴건지나 보자라는 시큰둥한 마음이었다.그런데 머릿말을 먼저 읽다보니, 이 책을 쓴 마이클 게이츠라는 이 분,다국적 광고회사의 이사직 까지 역임하신 분이란다.그리고 스타벅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나이는 53세.그때 그의 최고 상사는 28살의 점장 크리스털 이었다.


크리스털은 스타벅스 카운터를 넘어가려는, 라떼를 마시던 손님에서 라떼를 접대하는 직원이 되려는 내 의지의 진실성만큼은 알아주는 듯했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배워나가야 할 것과 깨나가야 할 편견이 내게 너무 많다는 느낌도 받았으리라. 그럼에도 모험을 감수하고 계층과 인종과 성별을 뛰어넘어 내게 일자리를 주려는 의지를 보이는 그녀가 고마웠다.

                                                                                                                                 -p43-

사실,이 책은 주인공이 모든 걸 잃은 50대 중년 남성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짜의 스타벅스 도전기'라고도 할 수 있다.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 화장실 청소를 처음 하게된 마이클 씨는 첫날의 당혹감부터 시작해서 카운터 업무,커피 만들기,영업 개점 및 마감 까지 스타벅스의 매장 운영에 대한 자잘한 사항까지 열심히 기록해 놓으셨기 때문이다.그래서 만약 한번도 매장경험이 없거나 / 사무직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그가 느낀 모든 감동과 놀라움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비록 몇 개월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장-사무실-매장-사무실을 반복하여 근무한 경험이 있기에,특히 그가 정말이지 '신기하다'고 서술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손에 잡힐만큼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매장에 첫 출근한 날,점장님의 한 마디가 아직까지 기억난다.
'여기서는 어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나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가 만들어 줄게요.그 다음에는 당신이,다음 사람을 새로운 당신으로 만들어줘요.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걸 아까워하지 말고,함께 잘해야 모두가 편하다는 걸 꼭 기억해요.'
그리고 점장님은 정말 나를 혹독하게 훈련시키셨다-_-
매장에서도 그랬다.주말에 아르바이트 하던 스무살짜리 가수 지망생 아이는,케익 포장을 가르쳐 주었고,평일 마감을 맡은 아이는 아이스크림 예쁘게 담는 법을,동갑인 매니저는 카운터 업무를 가르쳐 주었다.모두가 모두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모르면 배우려고 하는 자세로 일했다.'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도 할 수 있어야 한다''남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매장에서의 운영 프로세스는 거의 매뉴얼화 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하지만,사무실에서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려 하고,되도록 숨기려 하던 사수에게 치였던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쁨과 보람도 있다.
매일 아침 라떼를 사가는 단골 손님에게 몰래 신제품 쿠키를 드리거나,갓 만든 커피가 '맛있다'는 칭찬을 들을 때,그저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인데 밝은 미소가 돌아올 때 느끼는 벅찬 감동-
보고서나 데이터 위에서가 아니라,정말 움직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고 있다는 실감은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사무실에서 몇 시간씩 키보드를 두드릴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굳이 이 책의 추천사에 태클을 거는 건 아니지만,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물론 스타벅스의 기업문화가 좋은 까닭도 있지만,마이클 씨가 느낀 감동은 사무직에서 있다가 현장 경험을 처음 해 보았기 때문에 더 컸던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거다.같은 비전과 미션을 가진 조직 안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이라고는 해도,결국은 하나 하나가 자신의 커리어와 연봉을 위해서 각개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회사'라면, 매출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장, 즉 매장은 정말 모든 구성원이 '팀 TEAM'으로 일한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는다. 좋은 리더가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서로가 서로를 돕는 다는 것,너무나 당연한 원칙인데도 실제로 아무렇지도 않게 뻗어온 도움을 받았을 때 느끼는 그 따스함과 뭉클한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의미를 '낮은 곳에서도 행복은 있다'라고 받아들인다면,그것은 딱 흔한 자기 계발서를 한권 더 읽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그러나 만약 '모든 일에는 각각의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그 가치를 더할 수도,혹은 감할 수도 있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만이 줄 수 있는 교훈까지 합하여 더 큰 성찰을 찾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털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누었다. “아버님은 아주 잘해주고 계세요.” 크리스털이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으시죠. 우리는 아버님과 함께 일하는 게 즐겁답니다.” 로라와 다른 아이들이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내가 오만한 독불장군처럼 굴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사람들하고 어울려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을지도…….

                                                                                                                           -p261-


어쨌든 이렇게 스타벅스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여 즐겁게 일하게 되신 마이클 씨가 어떻게 되셨나 하면,
지하철로 1시간 이상 걸리던 뉴욕 중심가의 매장에서 이동하여 집 근처의 매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몸이 힘든 일일 수록 마음이 편하다는 우리 아버지의 지론대로라면, 그는 잘 나가는 회사 중역이었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요약하자면, 이 책은 매장 경험 중에 내가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고 의미 있는 책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시멜로우' 류의 행복론이나 자기 계발서보다 더 큰 가치를 찾기 어렵다. 

단,진솔하고 간결하게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어쨌든 재미는 있다^^ 

 

 

elyu from BLIND-BLUE (http://elai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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